신동빈의 '버티기'와 정용진의 '발빼기', 서로 다른 두 선택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유통업계 양대산맥인 롯데와 신세계가 중국 시장에서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는 가뜩이나 고전하던 중국에서 사드 보복으로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지만 포기는 없다며 버티고 있다. 반면 신세계는 적자에 허덕이던 이마트 중국 사업을 완전히 접기로 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마트를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업계 안팎에서 신세계가 중국 사업에서 손을 뗄 것이란 추측은 여러 번 나왔지만 정 부회장이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처음이다.
정 부회장은 다만 구체적인 철수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이마트는 1997년 상하이에 1호점을 내며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현지 매장은 30개까지 늘어나다가 적자가 계속되면서 2011년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후 매장 수를 줄여 현재는 루이홍점을 비롯해 6개 매장만이 남아있다. 이마트는 지난해에도 중국에서 2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이마트가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중국 경제의 성장 탄력이 예전보다 떨어진데다 사드 보복으로 사업 환경도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중국에 집중했던 해외 사업 구조를 동남아시아로 다변화해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앞서 내년까지 이마트 해외 수출을 1000억원으로 늘려 '수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마트의 이런 선택이 이익 구조를 개선하고 회사 전체의 체질을 강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날 이마트 주가는 중국 시장 철수 소식에 장중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적자를 내던 중국 사업을 빠르게 철수하고 있다"며 "연결 대상 법인의 영업이익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에서 타격을 입고 있는 롯데는 중국 사업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현재 롯데마트는 중국 내 99개 매장 가운데 74개 매장이 강제로 영업정지 당했다. 나머지 매장 중 13개는 자율휴업 중이며 12개는 영업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롯데마트는 2008년 중국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이래 매년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에도 12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누적 적자는 4900억원에 달한다. 사드 보복으로 현지 사업이 중단된터라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그러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시장"이라며 "우리는 중국에서 계속 사업 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며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롯데는 지난 3월 롯데마트 중국 사업에 3800억원의 자금을 긴급수혈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진정되고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롯데가 중국에서 당분간 실적 부진을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며 동남아 등 다른 국가에서의 성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마트는 거느리고 있는 롯데쇼핑과 관련해 "중국 롯데마트는 영업재개 또는 사업철수 등 여러가지 경우가 수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로서는 영업정지와 그에 따른 실적 부진을 가정해 중국 마트 사업을 평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롯데마트보다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성장을 주목해야 한다"며 "매출 규모는 이미 지난해 역전됐고 올 들어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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