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은지 기자 ] 다음달부터는 근로자들이 유해 화학물질을 장기간 들이마시면서 받는 건강상의 나쁜 영향을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게 된다. 첨단 연구센터가 관련 연구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흡입독성연구센터는 다음달부터 만성흡입 독성실험에 들어간다고 2일 밝혔다. 2015년 12월 설립된 흡입독성연구센터는 1년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국내에선 처음으로, 세계에선 다섯 번째로 만성흡입 독성실험을 시작한다.
만성흡입 독성실험은 쉽게 말해 장기간 저농도의 유해물질을 들이마셨을 때 인체가 받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다. 한 번에 많은 양의 유해물질을 마시는 급성흡입(1회 4시간 노출)이나 아만성흡입(3개월 이상 노출) 연구보다 훨씬 까다로워 대규모 실험시설과 연구비, 정교한 연구환경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급성흡입 독성실험은 1회 실험을 하는 데 쥐 50마리가 필요하지만 만성흡입은 800마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건당 연구비도 급성흡입은 2000만원에 불과하지만 만성흡입은 25억원에 달한다.
흡입독성연구센터는 정보기술(IT)업체에서 전자기판을 닦는 데 주로 쓰이는 세정제 ‘사이클로헥사논’ 등 유해물질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연구를 하기로 했다. 가습기 살균제에 많이 사용되는 PHMG-HCl(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의 한 종류)는 급성과 아만성흡입 실험을 병행한다. 실험 결과로 유해성이 검증될 경우 가습기 살균제 2, 3차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설명이다.
흡입독성연구센터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개정되면 만성흡입 실험의 필요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엔 4만3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유통되고 있는데, 화평법에 따라 2018년까지 510종의 안정성 평가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현영 흡입독성연구센터 연구소장은 “2020년까지 정부로부터 만성흡입 실험 GLP(비임상시험 실시기관) 인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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