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은 '에너지 섬'이란 사실 도외시한 탈원전

입력 2017-06-0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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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중단’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안전성과 경제성 등 모든 사항을 고려해 건설 중단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이 “탈(脫)원전 공약은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해 논란은 여전하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2%대인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었다. 원전 건설 중단 등으로 40년 뒤에는 ‘원전 제로(0)’ 국가를 만들겠다는 로드맵도 내놨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8%를 넘는 현실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적지 않은 개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탈원전’이 국제적 흐름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나라마다 사정이 달라서다. 탈원전을 선언한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원전 비중이 낮고 수력발전 비중이 높은 편이다. 독일은 추가 원전 건설 포기로 인한 전기 부족분을 프랑스 등에서 수입해 충당한다. 석유 한 방울 안 나고 다른 나라와 전력망이 연결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정책은 ‘전력 수급’ 이상의 문제다.

전기가 모자라도 살 수 없는 ‘에너지 외딴 섬’이다. 원전을 포기하면 유가 급등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충격을 피하기도 어려워진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은 일본이 원전 폐기정책을 1년 만에 포기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원자력은 우리 기업들이 강점을 갖고 있고, 파급효과도 큰 첨단 분야다. 신고리 5·6기는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자로 모델이다. 수출 모델을 중단시키는 건 향후 수출 길까지 스스로 닫아버리는 것이다. 탈원전은 안전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대안도 없이 밀어붙이면 산업 경쟁력은 물론 에너지 안보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 얘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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