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107석이나 되는 한국당의 참담한 현실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2일)에서 또다시 드러났다. 김 후보자를 ‘낙마 대상 1호’로 꼽아놓고도 비리 추궁은커녕 공정위원장으로서 결격사유가 될 만한 발언이 거듭돼도 청문위원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한국당과 공정위가 추진해 온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금산분리 완화 등에 대해 김 후보자는 본래 찬성 입장이었다.
그러나 청문회에선 “대통령 공약과 여당 당론에 어긋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답변했는데 그냥 넘어갔다. 공정거래위원장이 ‘청와대·여당의 코드를 맞추는 자리’라고 추인해 준 꼴이다. 오죽했으면 여당 의원들이 “우리 같으면 당장 파행을 선언하고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을까 싶다.
한국당은 그동안 법치, 자유시장경제, 작은 정부, 한·미동맹 등은 양보할 수 없는 ‘보수의 가치’라고 내세워왔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5대 그룹에 차별적으로 법을 집행하고, 공정경쟁의 수단이어야 할 재벌개혁을 목표인 양 몰아붙이겠다는데도 아무 반응도 안 보였다. 자유시장경제는 법치로 지탱되고, 법은 최소화돼야 하며, 예외 없이 보편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기본의 기본’조차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 열릴 청문회도 결과는 보나마나일 것이다.
한국당 스스로도 “9년간 여당 생활로 많이 무뎌졌다”고 인정하는 수준이다. 반성도 없이, 공부도 안 하고, 웰빙에 젖어 살아온 결과다. 쇄신 토론회, 연석회의를 가져봐야 패배주의와 무기력증만 노출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당의 정체성과 정강정책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는데 무슨 ‘보수의 적통’을 자임할 수 있겠나. 야당이 지리멸렬할수록 정부·여당의 독주 가능성은 높아진다. ‘견제와 균형’이 빠진 대의민주주의는 나라 미래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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