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계자는 정유라 씨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내부에서도 미묘한 기류가 있었다고 전했다. 분위기상 감히 ‘영장을 청구하지 말자’는 얘기를 누구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그가 전하는 ‘내막’이다.
법원은 지난 3일 새벽 “범죄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화여대 입시·학사비리 관련 업무방해 혐의가 구속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인터넷 등에서 검찰을 질타하는 반응이 쏟아진다. 법원에 책임을 떠넘긴 듯한 안이한 영장청구에 허탈하다는 반응도 많다. 그래도 무슨 복잡한 사정이 있는지 검찰은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이해하기 힘든 ‘침묵 모드’다. 검찰과 특검은 정씨를 대역 죄인처럼 다뤘다. 독일로 출국해 있던 정씨의 신변 확보를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살인 등 강력범죄 사범도 아닌데 적색수배령까지 신청한 것은 ‘마녀사냥’이자 ‘인권침해’란 비판이 당시에도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정씨의 범죄 혐의를 사방팔방으로 흘리며 파렴치범으로 몰고 갔다. 한국으로의 송환도 현지로 검사 등을 보내 생중계했다. 기내에서 정씨를 체포하는 강수도 동원했다. 이런 검찰의 태도를 보고 사람들은 중대한 범죄 사실을 발견했으니 그러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속 문턱조자 넘지 못할 만큼 검찰이 밝혀 낸 범죄 사실은 부실했다.
물론 막중한 임무를 떠맡은 검찰도 어려움이 컸을 것이다. 정씨의 어머니 최순실 씨의 입을 열고 여죄를 입증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래도 두 살 배기를 돌봐야 하는 아이 엄마를 구속하려면 더 신중한 고려가 필수적이었다. 여론을 의식하는 ‘눈치보기식’ 영장청구는 어떤 이유로도 변명이 힘들다. 정씨의 철부지 행각을 감싸줄 이유는 없다. 하지만 도덕적 비난과 법률적 단죄는 다르다. 검찰 역할은 사실 관계를 밝혀내고 죄에 합당한 벌을 구하는 것이다. 그 외의 정치적인 고려에 휘둘린다면 존재 가치는 사라진다. 한국 검찰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책임이 수반되지 않는 공권력 행사도 야만적 폭력일 뿐이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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