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계획에 기업 의견 배제
중소기업계의 한 인사는 이날 재계는 ‘멘붕’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일자리위원회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 단체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누구도 이날 발표된 일자리 대책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일자리를 만드는 당사자인 기업 측에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할 수 있느냐”고 항의할 상황도 아니다. 이미 경총이 새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을 반박했다가 ‘망신’ 당한 걸 목격했기 때문이다.
일자리위원회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공약대로 시행한다. 이로 인해 일부 중소기업 소상공인 근로자들에게 피해가 있을 수 있다. 이 문제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거나 제도적 혜택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을 주는 기업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들과 합의가 어려웠다면 설득이라도 제대로 했어야 하지 않을까. 일자리위원회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조치로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지, 이를 위해 정부와 근로자, 사용자가 어떤 양보와 협조를 해야 하는지 제시했어야 했다.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떨어지며 일자리도 24만~51만 개가 줄어들 수 있고(박기성 성신여대 교수,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고용재앙’), 근로시간이 48시간으로 줄면 기업 비용이 연 12조3000억원 늘어난다(중기중앙회)는 반박 논리들도 있지 않은가.
생계보전형 지원은 한계
정부는 보완 방안을 이달 중 내놓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보완 방안과 함께 발표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서둘러 발표해 기대와 불안감만 키우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겠다고 강조하는 부분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중소기업 지원에 연 16조원을 넘게 쓰고 있다. 규모로는 세계에서도 손꼽힌다. 하위 10% 기업에 70%의 예산을 몰아준다는 게 중소기업청 분석이다. 여러 기관이 집행하다 보니 중복 지원도 많다. 그런데도 중소기업 생산성은 여전히 낮아 ‘퍼주기식 지원’ ‘좀비기업 양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중소기업벤처부를 신설하는 이유도 관련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중소기업 경쟁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생계보전형 지원에 예산을 집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 지원도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지속될 수 없다. 중기인들의 꿈을 안고 출범하는 중소기업벤처부 역시 쉽지 않은 출발선에 서게 됐다.
김태완 중소기업부장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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