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마음 고되지만 '승진 꽃길'…퇴직후에도 각광

입력 2017-06-05 18:48  

'국민 영웅→부역자' 강부영 판사 계기로 본 영장판사의 애환

여론 압박에 스트레스 극심
형식적으론 외압 받지 않지만 법원·여론 압박서 자유롭지 못해

법원내 엘리트 코스…'고속 출세'
법원장 '라인'으로 대내외 인정…퇴직후 로펌 등 '채용 1순위'



[ 이상엽 / 고윤상 기자 ] 강부영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가 지난 3일 새벽 정유라 씨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영장전담 판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해 진보 진영으로부터 ‘국민 영웅’ 호칭을 얻은 강 판사는 이번엔 ‘부역자’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정된 시간 내 판결에 압박감 커

영장전담 판사제도는 1997년 판사가 직접 피의자를 심문한 뒤 구속을 결정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제)과 함께 도입됐다.

구속이 곧 유죄를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정서상 일반인들은 구속영장 결과를 ‘혐의 입증’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관심이 높고 결과에 따른 반응이 폭발하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판사를 지낸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인사를 심사해야 할 기미가 보이면 배당이 이뤄지기 전부터 휴대폰을 꺼둔다”며 “괜한 오해를 막는 목적도 있고 무엇보다 여론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회고했다.

애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장전담 판사를 거친 한 판사는 “영장을 발부해 구속된 피의자가 나중에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때의 죄책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라고 전했다. 때론 기각된 구속영장을 청구한 담당 검사의 항의에 시달리기도 한다. 또 다른 영장전담 출신 판사는 “초기 사건을 한정된 시간 안에 피의자가 감옥으로 갈 것이냐를 정하는 건 엄청난 고역”이라고 부담감을 토로했다.

◆퇴직 후 형사 변호사로 ‘최고 스펙’

고생스러운 자리지만 영장전담 판사는 ‘엘리트 코스’다. 법원마다 영장전담 판사는 1~3명으로 극히 소수다. 사건이 많은 서울중앙지법에만 세 명의 영장전담 판사가 있다. 부산·수원·대구 등 주요 도시 지방법원에는 두 명, 그 외 대부분 지원에는 한 명씩 영장전담 판사를 둔다.

영장전담 판사는 법원장이 지명한다. 대개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형사 재판 경험이 우선이다. 새벽까지 일하는 일이 잦아 강한 체력도 필수다. 한 명이 연평균 1000여 건에 달하는 사건을 처리한다.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사건은 결과에 따른 비판을 감내할 ‘멘탈’도 강해야 한다.

법원장이 정하기 때문에 법원 내 ‘라인’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많다. 고등부장판사 승진을 앞둔 ‘고속 코스’라는 게 판사 출신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영장전담 판사가 법원 인사권자의 눈치를 스스로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고위직 판사 출신 변호사는 “형식적으로는 영장전담 판사에게 누구도 압력을 행사하지 않지만 법원 내 분위기와 여론의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퇴직 후에는 로펌의 ‘영입 1순위’다. 형사 재판에서는 구속 여부가 핵심인 만큼 관련 내용을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해서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영장전담 판사 출신 변호사가 구속 전 단계부터 뛰어들면 수임료가 확 올라간다”며 “형사 사건을 맡는 판사 출신 변호사로서는 최고의 스펙”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엽/고윤상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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