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값 하락·새내기주 부진
'대어급' 연내 상장 무산 잇따라 향후 시장 전망도 불투명
한때 강남부자 뭉칫돈 몰렸지만 설정액 연초 이후 20.9% 빠져
[ 박종서 기자 ] 한때 강남 부자들의 ‘뭉칫돈’을 긁어모으던 공모주펀드가 저조한 수익률로 외면받고 있다. 올 들어 새내기 주식(공모주) 오름세가 신통치 않은 데다 펀드 자금의 60% 이상이 투입된 채권 가치마저 금리 인상 여파로 하락하면서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일까지 공모주펀드 117개의 평균 수익률은 1.11%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15.24%)을 크게 밑도는 성적이다. 이날 현재 공모주펀드 설정액은 3조5986억원으로 연초 이후 9508억원(20.98%) 줄었다.
일반적으로 공모주펀드는 최대 90%가량의 자금을 채권에 투자하다가 공모가 시작되면 기관 청약 단계에서 주식을 확보한 다음 상장 후 처분해 단기 차익을 노린다. 신규 상장된 주식이 단기간에 급등하거나 채권 가치가 올라야 수익이 커지는 구조다.
공모주펀드는 청약경쟁률이 높아 개인들이 공모주에 직접 투자하기 어려울 때 유용하다. 2015년에는 규제완화 바람을 타고 자문사들이 서울 강남 등의 재력가를 대상으로 사모 방식의 공모주펀드를 내놓으면서 한 달에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삼성SDS 제일모직 등이 기업공개(IPO)에 나선 데다 상장 초기 주가상승률도 높아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공모주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달 12일 상장한 넷마블게임즈는 거래 6일 만에 공모가(15만4000원)보다 10%(1만4000원) 하락하기도 했다. 넷마블게임즈와 함께 상반기 IPO 시장의 ‘대어’로 꼽히던 ING생명도 상장 이후 약세를 보이며 공모가(3만3000원)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3월 상장한 모바일어플라이언스가 코스닥시장에서 공모가(3500원) 대비 세 배 가까이 올랐지만 대부분의 공모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주는 물량을 배정받기가 어렵고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며 “상장 이후 주가마저 지지부진하면서 공모주펀드가 수익을 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리테일이 올해 상장을 포기하고 남동발전, 동서발전의 IPO도 사실상 무산되는 등 공모시장이 부진한 점도 공모주 펀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채권시장 침체도 공모주펀드의 수익률을 끌어내리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연내 양적완화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채권 가치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채권금리 상승). 공모주펀드는 채권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채권 가치 하락으로 받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다. 한 펀드매니저는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지주회사들이 상장하면 공모주펀드가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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