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에도 퇴짜 맞은 '달빛정책'

입력 2017-06-06 17:43  

북한이 그제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의 방북을 거부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대표단은 이번 주 방북해 북한에 말라리아 방역물자를 지원하려 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북한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의 방북도 거절했다.

유엔의 제재와 우리 정부의 태도를 빌미로 삼았다. 유엔은 지난 3일 잇단 미사일 도발에 나선 북한에 대해 자산동결 확대 등을 담은 추가 제재안을 채택한 바 있다. 북한은 대화도 거부했다.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민간 교류를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트려는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달빛정책(Moonshine Policy)’이 난관에 부닥친 모양새다.

북한의 의도는 노동신문이 “남조선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북남관계가 저절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며 “문제는 6·15, 10·4 정상회담 공동선언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가에 있다”고 보도한 데서 뚜렷이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가 6·15선언으로 태어난 개성공단 재가동 등 경제협력사업에 나서라는 저의가 담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다른 민간단체들의 방북은 불허하면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만 허용했다. 이것만 봐도 북한의 속뜻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이 이렇게 나온 데는 남측이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여권 일각에선 ‘5·24 대북제재’ 해제 주장도 나왔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 들어 탄도미사일을 세 번이나 쐈지만 통일부는 “민간 교류는 유연하게 검토해 나간다”며 대북 접촉 신청을 15건 허용했다. 국제사회가 추가 대북 제재에 나선 마당에 우리만 유화 제스처를 시도했다가 북한 측의 ‘선별 심사’를 받는 신세를 자초한 것이다.

6·15 공동선언 행사 장소 문제만 해도 그렇다. 당초 남측은 개성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평양을 고집했다. 북한 수도인 평양에서의 개최가 야기할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남측 관계자들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개최 장소가 평양으로 바뀌자 통일부는 승인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통일부가 “북한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승인결정을 내릴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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