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유령집회' 갑자기 사라진 까닭은

입력 2017-06-07 18:49  

과태료 100만원…집시법 개정
1월말 이후 집회 신고 '전무'
시민단체·기업 현장다툼 줄어



[ 성수영 기자 ] 다른 집회를 막기 위해 먼저 집회 신고를 하고 실제 집회는 열지 않는 ‘방어용 유령집회’(유령집회)가 사라졌다. 지난 1월28일부터 유령집회 주최 측에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개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다.

7일 경찰청 정보국 관계자는 “개정 집시법이 시행된 1월28일 이후 유령집회와 관련해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개정 집시법에 따르면 유령집회를 한 단체는 위반 횟수에 따라 1회 30만원, 2회 50만원, 3회 이상 80만원까지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납부 시기가 늦어져 금액이 가중되면 과태료는 최대 100만원까지 뛴다.

유령집회는 일부 기업의 시민·사회단체의 사옥 앞 집회를 막는 수단으로 쓰였다. 기업이 사옥 앞에 먼저 집회 신고를 내면 뒤늦게 찾아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번번이 허탕을 치곤 했다. 집회 신고를 내도 경찰에 ‘집회 금지 통고’를 받기 일쑤였다. 같은 시간·장소에 서로 대립하는 입장의 집회가 열리면 충돌이 일어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과태료 부과 후 ‘집회의 자유를 막는다’는 비판을 받은 유령집회는 사실상 사라졌다. 수원 삼성전자는 제도 시행 전인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캠페인 명목으로 수원 사업장 정문 앞을 장소로 하는 81차례 집회 신고를 해 방어집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유령집회 처벌이 시작된 이후로는 집회 신고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천 SK하이닉스도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회사 정문 앞에서 다섯 차례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지만 이후에는 한 건도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았다.

달라진 분위기는 현장에서도 느껴진다. 관내에 집회가 많아 ‘집회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경찰서는 유령집회로 몸살을 앓아 왔다. 특히 작년 말과 올초 있었던 ‘탄핵 정국’에서는 탄핵 찬성 단체와 반대 단체들 간의 집회 신고 경쟁이 절정에 달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과태료 부과 지침을 시행하기 전에는 대기업 사옥 앞의 집회 신고가 한 달 전부터 유령집회로 꽉 차 있었다”며 “먼저 집회 신고를 하기 위해 사측 대리인과 시민단체 측 대리인이 앞다퉈 달려오는 진풍경도 벌어졌다”고 전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령집회가 처벌될 수 있다는 사실을 관내 주요 기업과 기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과태료 부과 이후 업무 부담은 물론 시민단체와 기업의 현장 다툼도 줄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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