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 나타난 천막 시위대

금속노조 "정규직 전환" 요구…사전신고 않고 4개 기습 설치
"경찰이 사실상 허용" 해석도


[ 성수영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청와대에서 약 200ｍ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천막(원터치식 텐트)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집회·시위가 엄격히 통제된 이곳에서 시민단체가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천막을 치고 노숙 농성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께 금속노조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주차장에 1인용 텐트 네 개를 기습적으로 설치했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유성기업 노조와 현대글로비스 협력업체 동진오토텍 노조, 현대·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조가 중심이 된 이 단체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경찰이 이곳에 천막이 설치되는 것을 사실상 허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그동안 청운효자동주민센터나 광화문광장 등에 시민단체가 농성 천막을 설치하는 것을 원천 봉쇄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일 때부터 천막 장비를 소지했는지 파악해 장비를 미리 압수하거나 천막을 치려고 시도하면 즉각 장비를 빼앗았다.

경찰 관계자는 “2~3초 만에 설치할 수 있는 원터치형 텐트라 제지할 겨를이 없었다”며 “철거 권한이 있는 종로구청이 천막 철거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