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화학에 집중 투자…기업가치 30조로 끌어올릴 것"

입력 2017-06-08 17:12   수정 2017-06-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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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딥체인지 2.0 시작
석유중심 이미지 벗고 사업구조 개편…비석유사업 영업익 비중 55%
글로벌 에너지·화학사로 변신 중

빅데이터 기반 경영 혁신
유가 방향성 예측 정확도 80%…시장정보 바탕으로 빠른 의사결정
소통 경영 통해 직원 역량 강화도



[ 김보형 기자 ]
“알래스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습니다. 이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경영의 전쟁터를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룰이 지배하는 아프리카 초원으로 옮기는 ‘딥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변화) 2.0’을 시작하겠습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사진)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린동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회사 비전이다. 김 사장에게 아프리카 초원은 전기차 배터리와 화학사업이다. 이 회사는 올해 3조원을 비롯해 202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배터리와 화학 분야에 집중 투자해 현재 16조원 수준인 기업 가치를 30조원까지 끌어올려 국내 ‘톱5’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취임 이후 임직원의 생각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고정관념을 깨는 경영혁신에 나서고 있다. 석유 중심의 사업구조를 혁신하고 지식 기반의 미래 가치 창출을 통해 사업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방침이다.

‘非정유 성장’ 패러다임 제시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석유기업에서 에너지 화학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2011년 석유·화학·윤활유 사업 중심 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화학·윤활유 사업에 대한 집중 투자와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사업 강화를 통해 사업 구조를 혁신하고, 이익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1분기 화학과 윤활유 등 비(非)석유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한 비중은 55%(5496억원)로 45%(4539억원)를 기록한 석유사업을 앞질렀다. SK이노베이션이 정유업계에서 화학업계로 사업군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 이유다. 김 사장은 “1분기 성과는 석유와 화학, 윤활유, 석유개발 등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원가경쟁력을 강화하고 화학·윤활유사업 규모를 키운 결과”라며 “딥체인지 수준의 펀더멘털 개선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에너지·화학기업으로 도약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한계 뚫은 파괴적 혁신

김 사장은 일하는 방식에 대한 혁신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국제 유가와 환율 등 외부 변수에 기댄 채 효율성만 따지는 천수답 경영 대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 예측에 나서 혁신을 이뤄나가자는 것이다.

국제 유가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유가팀이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를 수요와 공급뿐만 아니라 경기 변수와 금융자본의 흐름, 지역별 분쟁 등 경제 변수에 연동되는 금융상품의 하나로 보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유가 방향성 예측 정확도는 80%에 육박한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기관들의 정확도가 5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라는 설명이다. 석유 정제업에서 중요한 것은 유가 변동폭이나 유가 수치가 아니라 유가의 방향성임을 인식하고 유가 패턴과 흐름을 데이터화해 최적 대응에 나섰다. 원유 도입부터 제품 판매까지 3개월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방향성을 정확히 예측하는 게 경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영 속도도 한층 빨라졌다. SK이노베이션은 설비 가동 및 원료 도입 결정 기간을 줄여 최근의 시장 정보를 바탕으로 관련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를 통해 원유와 제품의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변화는 ‘파괴적 혁신’을 강조해온 최태원 회장의 경영 철학에서 비롯됐다. 최 회장은 2014년 배럴당 50달러 선으로 급락한 국제 유가 때문에 1조원대 적자를 기록하자 “생존하고 싶다면 변해야 한다. 유가는 핑계에 불과하다. 유가도 예측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관습적인 경영방식 타파를 주문했다. 경영진 등 리더는 물론 구성원까지 변화와 도전의 필요성을 절감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일하기 좋은 기업 만들자

김 사장은 매주 직원들을 직접 만나 고충을 듣는 소통 경영도 강화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서는 구성원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강조하는 키워드는 ‘인재 육성’이다.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 생산 거점인 울산 공장을 찾아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선 엔지니어의 전문 역량이 필요하며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역량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강제적으로라도 구성원을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구성원의 역량 개발과 성장을 위해서는 리더들의 의지와 실천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리더가 주도권을 갖고 솔선수범하는 ‘리더 이니셔티브’를 주문했다. 그는 “후배를 키우지 못하는 리더는 죄인”이라는 강한 표현까지 써가며 “리더가 후배들의 미래가 투영된 롤모델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고, 의사결정의 스피드를 높이는 것 역시 리더의 역할이란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드는 것도 김 사장이 애정을 쏟는 부분이다. 그는 지난달 서린동 사옥 2층에 있는 SK행복어린이집을 깜짝 방문했다.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의 자녀를 돌봐주는 어린이집 교사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작은 선물과 함께 직접 손으로 쓴 감사편지를 전달하는 이벤트도 열었다. 김 사장은 가정의 달을 맞아 사내 워킹맘들과 연 오찬자리에서 “어린이집 덕분에 일에 집중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는 워킹맘들에게 “육아와 일 사이의 균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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