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반도체공장 일손 부족하고
지난해 직업교육훈련법 강화로
고3 재학생 현장투입 까다로워
[ 노경목 기자 ] 삼성전자는 최근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자 300명을 생산직 사원으로 뽑았다. 실업계고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전형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까지는 재학생만 선발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 뽑은 고졸 신입사원의 절반을 졸업자로 채웠다. 이 때문에 일선 실업계고 취업담당 교사들은 졸업생에게 “삼성전자 공채에 응시하라”고 전화를 돌리느라 바빴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가 졸업생 채용에 나선 첫 번째 이유는 이달 말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평택 반도체 공장의 일손을 채우기 위해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공장이 지능화돼 예전만큼 생산직 인력이 필요하진 않지만 지금 인력만으로는 모자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내년까지 잇따라 대형 공장을 지으면서 고졸 생산직 채용도 늘고 있다.
또 다른 원인은 지난해 8월부터 강화된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있다. 개정된 법은 고교 재학생의 야근과 휴일 근무를 금지한다. 실습을 빙자해 실업계고 재학생에게 과중한 근로를 강요하는 일부 업체의 악습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채용이 확정된 실업계고 3학년생에게도 이 법이 적용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을 뽑고도 업무를 필요한 만큼 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실업계고 3학년생은 채용이 확정되면 졸업 이전부터 해당 업체로 출근하는 게 일반적이다. 교대 근무를 하며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실업계고 재학생을 뽑을 경우 한동안 인력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졸업생 채용은 이런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고졸 생산직 채용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한 마이스터고 취업담당 교사는 “복지가 좋고 급료도 높은 삼성전자는 실업계고 학생이 선호하는 직장”이라며 “졸업생 채용으로 취업 기회를 놓친 재학생사이에선 ‘괜한 법 때문에 좋은 일자리만 놓쳤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생산직 사원이 삼성전자로 옮겨간 중소·중견업체도 불만이다. 한 중견업체 인사담당자는 “몇 달간 일을 가르친 고졸 신입사원이 학교 전화를 받고 삼성전자에 지원했다”며 “졸업생 채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런 일이 앞으로도 빈발하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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