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린은 좋은 사람…그를 놔주길 바란다
FBI국장 계속 하고 싶으면 충성하라고 말해"
"트럼프가 거짓말할 게 걱정돼 대화내용 기록"
탄핵정국 급물살 타나
백악관 "수사 대상 아닌 것 확인돼"
민주당 "대통령의 행동 방식 아니다" 비판
[ 박수진 기자 ] “FBI 국장을 계속하고 싶다면 충성해라. 마이클 플린(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8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지난달 9일 해임된 코미 전 국장은 또 “트럼프 행정부는 거짓말로 나와 FBI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코미 전 국장의 이 같은 증언이 사실로 확인되면 탄핵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분석이다. 그러나 사실관계 확인이 쉽지 않아 지루한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의 수사중단 요청, 명령으로 받아들였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 전 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은 좋은 사람이고 러시아인들과의 통화에서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 당신은 이 일에서 손을 떼고, 그를 놔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플린은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요구를 (수사를 중단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요구가 사법방해를 시도한 것인지는 내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기록을 남긴 이유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와의 만남에 대해 거짓말할 것을 우려해 대화 내용을 기록했다”며 “대화 내용을 공개한 이유는 특별검사의 수사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날짜별로 대화 내용과 분위기 등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지난 1월6일부터 4월11일까지 세 번을 직접 만났고, 여섯 차례 전화통화를 하는 등 9회에 걸쳐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문회에 앞서 대면 3회, 전화통화 2회분을 공개했다. 추가 폭로가 이어질 여지를 남겼다.
운명의 1월27일 만남
코미 전 국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FBI 국장 자리를 빌미로 충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1월27일 백악관으로 자신을 불러 만찬을 하면서 “FBI 국장을 계속하고 싶은가. 그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는 게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이다. 그가 “10년 임기를 채우기를 원한다”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충성이 필요하다. 충성을 기대한다”고 요구했다는 것.
코미 전 국장은 이 같은 발언에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얼굴 표정을 바꾸지도 않았다”고 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두 사람 간 돌아올 수 없는 관계를 결정지은 순간으로 보인다. 코미 전 국장은 이후 102일 만에 해임됐다. 그는 트럼프의 두 가지 요구를 거부했다고도 밝혔다. 플린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트럼프 본인이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 달라는 요구였다.
이날 만찬 전까지만 해도 코미 전 국장이 더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줬으며 대통령에게 외설스러운, 미확인 자료의 존재 사실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탄핵소추감” vs “무죄입증 환영”
증언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사법방해 행위를 확인해주는 증언이라며 탄핵소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 의원은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방식은 완전히 충격적이며 이것은 미국 대통령이 행동하는 방식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반면 백악관 측은 “코미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확인해준 것에 기쁘게 생각한다”며 “대통령은 무죄가 입증된 만큼 그의 의제들에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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