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까지 공개하라는 시민단체…'산으로 가는' 통신료 인하 논란

입력 2017-06-09 19:24   수정 2017-06-10 06:59

꼬이는 '통신요금 인하' 해법

시민단체 눈치보는 국정위

시민단체, 압박수위 높여 "4G 기본요금까지 내려 모든 가입자에게 적용해야"
국정위 "시민단체가 모든 제안…우리는 그냥 혼나기만 했다"
업계 "발가벗고 사업하라는 꼴"



[ 이정호 / 김채연 기자 ]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9일 통신요금 인하 대책을 마련 중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통신료 원가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식 전달했다. 이동통신요금 기본료 폐지를 놓고 국정기획위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시민단체는 한발 더 나아가 공약집에도 없는 요금 원가공개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 눈치 살피는 국정기획위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는 이날 참여연대, 경실련,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를 불러 통신비 인하 공약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10일 미래창조과학부의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방안 보고를 앞두고 다양한 얘기를 들어보자는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들이 이날 국정기획위에 전달한 의견은 크게 ‘기본료 일괄 폐지 또는 인하’ ‘통신요금 원가공개’ 등이다. 기본료 일괄 폐지 의견은 2세대(2G), 3세대(3G) 요금제뿐만 아니라 4세대(LTE) 통신요금제 가입자에게도 기본료 폐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국정기획위는 지난 7일 요금고지서에 기본료 항목이 있는 2G와 3G 요금제의 기본료를 우선 폐지하겠다고 밝혀 시민단체들로부터 ‘공약 후퇴’ 비판을 받았다.

윤철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국장은 이날 “4G 요금제에도 표시만 안 돼 있을 뿐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기본료 성격의 요금이 포함돼 있다”며 “기본료 1만1000원 중 1000원을 깎더라도 모든 가입자에게 보편적이고 공평하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가공개 압박 카드도 꺼내

시민단체들은 선거철마다 정치권에 요구하던 ‘통신요금 원가공개’ 의견도 내놨다. 통신서비스는 국민의 생활필수 서비스로 사실상 공공서비스나 다름없다는 이유를 대며 요금 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과다계상한 원가와 마케팅 비용 때문에 소비자들이 통신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 주장이다.

이에 대해 통신사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기본료 폐지 공약도 시장 논리를 거스르는 반(反)시장정책으로 비판받고 있는데 요금 원가공개는 영업비밀은 개의치 말고 아예 발가벗고 사업하라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요금이 산정되는 방식을 시장 자율로 움직이는 민간 기업 요금에 적용하겠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단말기 할부금과 통신이용 요금이 혼재돼 있는 복잡한 요금 체계를 단순화하는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법 고민하는 미래부

최민희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시민단체들이 모든 제안을 다 했고 우리(국정기획위)는 그냥 혼났다”고 했다. 다른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국민의 기대 수준이 이미 많이 높아졌는데 이를 충족할 만한 이행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10일 국정기획위에 통신비 인하 관련 네 번째 업무보고를 한다. 국정기획위는 2G, 3G 기본료 폐지와 함께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재 20%에서 30%로 높이는 안을 검토해 볼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는 또 이날 시민단체들이 요구한 4G 요금제의 기본료 인하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10일 보고를 일단 받고 경제2분과 위원 간 토론을 거쳐 11일이나 12일 논의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김채연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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