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관련은 비공개 논의 방안 찾고
종교인 과세 막판 뒤집기도 바로잡아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지난 연말연시를 뜨겁게 달군 국회 청문회는 탄핵 엔진의 출력을 최고로 끌어올린 이벤트였다. 대기업 총수를 대거 소환했고 최순실 주변 관련자도 줄줄이 불러냈다. 야당 청문위원들은 내부고발 증인의 협조를 이끌어내면서 국정농단 실상을 현실감 있게 파헤쳤다. TV 중계를 통해 사건에 대한 이해를 높인 국민은 분노했고 국회의 탄핵 표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당선 확정과 동시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장관급 인사를 발표하면서 국회 청문회가 ‘태풍의 눈’이 됐다. 국무총리 청문회는 아들 병역(兵役) 때문에 뇌수술 병력(病歷)을 털어놓는 아버지 처지가 민망한 순간도 있었지만 제때 마무리됐다. 장관급 청문회는 다운계약서와 논문 표절 등 식상한 메뉴로 엉켰다. 야당이 휘두르던 전가보도(傳家寶刀)의 칼날과 손잡이 주인이 정권교체로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검증을 포기한 치어리더’로 몰리면서도 후보자를 두둔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대신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밀려드는 집단민원으로 어지럽다. 종교인 과세를 미뤄야 한다는 김진표 위원장 발언에 대해 여기저기서 반론이 쏟아진다.
주택을 매입하면서 실거래 가액보다 낮게 신고해 지방세인 취득·등록세를 낮춘 것은 과거의 오랜 관행이었다. 지방세법에서 명목세율을 너무 높게 책정해 부담이 과중해지자 지방자치단체는 다운계약서를 수용함으로써 취득·등록세 실효세율을 낮추는 꼼수로 대처했다. 회계장부가 엄격한 법인과의 거래를 제외한 개인 간 거래에는 다운계약서가 대거 사용됐다. 청문회 도입 초기부터 후보자마다 다운계약서 때문에 고개를 숙였고 국세청장 후보자도 마찬가지였다. 2006년부터는 실거래 가액 신고가 의무화됐고 그 이후의 다운계약서는 형사소추 대상이다. 다운계약서로 이득이 없다는 여당 의원의 훈수는 취득·등록세가 목표였던 점을 간과한 오답이다. 취득가액을 낮추면 매각 시에 양도소득세가 늘어나 오히려 손해라는 분석도 틀렸다. 주택은 1가구 1주택 양도차익은 비과세고 2주택 이상인 경우에도 당시에는 실거래 가액이 아니라 기준시가로 양도차익을 계산했기 때문에 다운계약서가 양도소득세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없다.
논문 표절은 더욱 구차하다. 국회 청문회와 대학 총장 선거에서 논문 표절 이전투구(泥田鬪狗)가 확산되자 대학이 자구책을 내놨다. 연구윤리 규정을 제정하고 표절 시비 우려가 있는 연구실적은 교수 스스로 목록에서 제외하도록 조치했다. 1990년대까지는 교수의 강의 부담이 높아 책임시간만 이행하면 연구실적은 직위 승진이나 호봉 승급에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대학 자체 논문집은 물론 학회지도 게재 신청 논문이 부족했다. 일부 논문은 중복적으로 실었는데 자기 표절이라는 용어가 갑자기 등장하면서 혼란이 야기됐다. 중복 게재는 논문집 발간 단계의 혼선일 뿐 학문적 절도행위인 표절과는 다르다.
다운계약서와 논문 중복 게재 정도의 일탈 때문에 최고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국정 책임자 선임이 무산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집권 여당도 야당 시절 지나쳤던 청문회 운영을 반성하고 야당도 효율적 국정 운영을 위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국정철학과 전문성은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도덕성 관련 사항은 비공개로 논의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종교인 과세는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해묵은 숙제다. 천주교를 비롯해 종교계 대부분이 과세에 공감하는데 개신교 일부의 반대가 극심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위원장을 여당이 맡아 개신교 압력에 굴복하는 것이 문제다. 시간을 끌다가 정기국회 폐회 직전에 시행 시기를 미루는 수정안을 내놓는 변칙 플레이를 수차례 반복했다. 2015년 말에는 시행을 모두 믿고 있었는데 막판에 2년간 유예하는 수정안이 등장했다. 정권이 바뀌자 일부 개신교 인사들이 종교인 과세를 또다시 무산시키기 위해 여당을 압박할 태세다. ‘꼬투리 잡기 청문회’와 ‘막판 뒤집기 소위원회’는 청산이 시급한 적폐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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