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애널리스트…목표주가·투자의견 검증 받는다

입력 2017-06-11 18:29  

9월부터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차이 표시
증권사 심의위원회 설치…투자보고서 평가



[ 윤정현 기자 ] 오는 9월부터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분석 보고서에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차이(괴리율)를 표기해야 한다.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 내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투자의견 변경이나 추정 실적 관련 논의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애널리스트가 상장사 투자 의견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목표주가를 고무줄처럼 늘이고 줄이는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증권사들에 조사분석(리서치)업무에 관한 규정 변경 내용을 알렸다. 올 1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 관행 개선 방안에 따른 것이다. 바뀐 규정은 9월1일부터 적용된다.

리서치센터에서 제시하는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간 괴리율을 보고서에 의무 기재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현재는 최근 2년간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변동 추이를 그래프로만 넣고 있다. 실제주가는 목표주가를 제시한 시점까지의 평균주가로 계산한다. 대상 시점 내 최고가 대비 괴리율도 표시해야 한다. 애널리스트들은 통상 향후 6개월이나 1년 내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있다.

‘매수 위주’의 분석 보고서만 내놓는 것이 증권사들의 관행이다. 법인 영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다. 그러다 보니 목표주가를 지나치게 높게 잡아 개인투자자들을 현혹시킨다는 지적이 많았다.

괴리율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표시하면 보다 현실적인 목표주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같은 종목을 분석한 여러 보고서를 두고 애널리스트들의 예측 능력을 비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괴리율 표시 외에도 인용 자료의 정확성 등을 살피는 내부 검수팀 활동을 강화하고 투자의견 변경, 대상종목 편입, 주가괴리율의 적정성 등을 따져보는 심의위원회도 설치·운영해야 한다. 심의위원회는 리서치센터장이나 섹터(업종)장 등 3인 이상으로 구성된다.

모든 결정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도 추가된다. 보고서 발간 후 수치 수정이 필요하면 그 내용과 이유를 적시하고 관련 증빙 서류를 보관해야 한다. 기업을 방문할 때 작성한 탐방 신청서와 탐방 일지 등도 최소 1년간 갖고 있어야 한다. 부당한 외부 압력을 차단하는 동시에 애널리스트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을 막기 위해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보고서의 가장 큰 문제는 ‘좋은 것을 좋다’하고 ‘나쁜 것도 좋다’고 하는 것”이라며 “변경된 규정들이 잘 정착되면 소문이 아니라 분석을 통해 투자를 결정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증권사들은 바뀌는 리서치 규정에 맞춰 조직을 정비하고 시스템 보완 작업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9월 이후 변경된 규정대로 잘 이행되고 있는지 실태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관련 규제의 법규화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튀어나온다. 리서치센터는 보고서 발간 절차가 번거로워지고 증권사에는 인력 충원 등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업황 악화로 증권사들이 일제히 비용 줄이기에 나서면서 리서치센터는 구조조정의 찬바람을 맞았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연봉이 2억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엔 2억원 이상을 받는 인력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게다가 이번 규정 변경엔 보고서의 품질과 투자의견의 적정성 등을 반영해 애널리스트의 보수산정 기준을 마련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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