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준영씨는 유상감자로 100억 마련해 증여세 납부
증여 후 올품 매출 급증도
하림 측 "증여세 투명 신고"…비상장이라 유상감자 합법
[ 김보라 기자 ] 하림그룹이 편법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편법 증여에 의한 몸집 불리기 방식으로 25세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준 하림 등을 보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느낀다”고 비판하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하림의 승계 지원과 사익 편취에 대해 검토할 여지가 있다며 조사를 예고했다. 하림은 자산 규모 10조원, 재계 서열 30위 기업이다. 병아리 열 마리로 시작해 대기업이 된 ‘성공신화’ 하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유상감자 통한 증여세 납부 논란
문제의 발단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60·사진)은 장남 김준영 씨(25)가 스무 살이던 2012년 비상장 계열사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물려줬다. 준영씨는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통해 10조원 규모의 하림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 당시 준영씨에게 부과된 증여세는 약 100억원. 증여세 규모도 규모지만 증여세를 마련한 방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올품은 지난해 100% 주주인 준영씨를 대상으로 30%(6만2500주) 규모의 유상감자를 하고 그 대가로 그에게 100억원을 지급했다. 준영씨는 이 돈으로 증여세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감자는 주주가 회사에 본인 주식을 팔고 회사로부터 돈을 받는 것으로, 준영씨는 유상감자를 통해 올품 지분 100%를 유지하면서도 회사로부터 100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준영씨가 지분을 물려받은 뒤 올품과 한국썸벧 매출은 연 700억~800억원대에서 연 3000억~4000억원대로 성장했다. 이 부분 때문에 계열사들이 편법적 일감 몰아주기로 승계 작업을 도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림 측 “5년 전엔 자산 3조 불과”
복잡한 지배구조인 하림은 이달 말 지주사 제일홀딩스의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지배구조 개선은 경영권 강화와 함께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일홀딩스의 최상단 지배기업이 올품인데, 이 지분 100%를 25세의 장남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지배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겠냐”며 “하림홀딩스 위에 제일홀딩스가 있는 ‘옥상옥’을 정리하려면 두 개의 지주사를 합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일홀딩스는 김 회장이 41.78%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외 대주주로는 준영 씨가 지분을 100% 소유한 계열사 한국썸벧(37.14%), 올품(7.46%) 등이 있다. 장남의 지분이 44.6%로, 김 회장보다 많다. 제일홀딩스의 희망 공모가 상단을 기준으로 하면 시가총액은 1조6000억원. 이 경우 준영씨의 지분 가치는 수천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하림그룹 측은 편법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5년 전 증여세를 투명하게 신고했다”며 “유상감자를 통해 회사가 이를 지급한 것도 합법적”이라고 말했다. 비상장 주식일 경우 증여받은 주식을 처분하는 방법의 하나인 유상감자 방식을 쓸 수 있다는 것. 또 10조원대 회사를 100억원에 대물림했다는 주장에는 “2012년 당시 하림그룹 전체 자산은 3조5000억원으로 중견기업에 속했다”며 “지금 기준으로 5년 전 증여세를 바라보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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