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4000마리 비행기 타고 카타르 간다

입력 2017-06-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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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국제부 기자) 16세기 유럽 무역시장에서 대규모의 소떼 이동은 낯설지 않았다. 근래엔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1001마리를 몰고 식량난을 겪고 있던 북한에 들어갔다. 이번엔 4000마리 소떼가 비행기를 타고 ‘고립무원’에 빠진 카타르에 간다.

블룸버그통신은 카타르 건설회사인 파워인터내셔널홀딩이 미국과 호주에서 구입한 소 4000마리를 항공기 60대에 실어 카타르로 몰고 올 것이라고 13일 보도했다. 지난 5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연합 아랍국가들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면서 신선우유 조달에 비상이 걸리자 묘안을 낸 것이다. 카타르는 사우디에서 우유를 수입해 왔다.

모우타즈 알카야트 파워인터내셔널홀딩 회장은 “이제 카타르를 위해 일할 때”라며 소떼 운송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달 말 신선우유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7월 중순까지는 카타르 우유 소비량의 3분의 1가량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에선 이번 단교로 식량안보 이슈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주변 아랍국가와의 해상 및 육로 운송이 차단되면서 카타르 최대 수출품목인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장비는 물론 건설자재 식품 수입에까지 줄줄이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단교 직후 식품 사재기 등의 혼란이 빚어지면서 터키에서 급히 유제품을 항공 운반했다. 과일과 채소는 이란에서 들여오는 중이다.

‘신토불이’ 캠페인도 이어지고 있다. 식품점엔 ‘지역에서 난 농산물을 먹자’는 푯말이 등장했다. 단교를 선언한 다른 아랍권 국가에 대한 저항과 도전의 의미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카타르 정부는 천연가스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탈피해 농업 등 다른 산업을 키우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파워인터내셔널홀딩은 도하 북부지역에 축구장 70개를 합쳐놓은 규모의 농업 생산 시설을 마련했다.(끝) /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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