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여름을 맞고 있다. 한 캔당 800원대인 저가맥주인 '필라이트' 발매 이후 불과 한 달 보름여 만에 주가가 20% 이상 뛰었다.
더욱이 '치맥(치킨과 맥주)'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2만원 짜리 치킨'이 등장하는 등 치킨값이 치솟은 덕분에 저가맥주를 찾아나선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14일 오후 1시15분 현재 하이트진로는 전날보다 1.50% 오른 2만3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서 장중 내내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모습이다.
외국인들은 하이트진로의 주식을 지난달 23일 이후로 본격 매입, 전날까지 단 이틀을 제외하고는 날마다 늘렸다. 외국인의 보유비중도 연초 11%대에서 15%대로 4%포인트 불어났다.
하이트진로의 주가는 지난 4월11일 장중 1만9800원까지 내려앉아 올들어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라이트 출시(25일) 이후 본격 반등에 나섰고, 이달 초 2만4450원까지 올랐다.
필라이트는 이른바 '저가형 소비패턴'을 겨냥한 하이트진로의 야심작이란 평가다. 경쟁 제품이 나오기 전(빨라도 연말)까지 저가맥주의 모멘텀(상승동력)을 독점적으로 누릴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필라이트는 기존 일반 맥주보다 40% 싼 가격에 판매된다. 이 제품은 '맥주'가 아닌 '기타 주류'로 분류되는 '발포주'인데 전통 맥주와 달리 맥아 함량이 10%로 낮은 것이 특징이다. 기타주류의 주세율은 30%로, 기존 맥주(72%)에 비해 상당히 낮아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필라이트의 평균판매단가(ASP)가 기존 맥주 대비 약 40% 낮지만, 공헌이익률은 기존 맥주와 유사하다"며 "따라서 필라이트 매출이 기존 맥주 감소액을 웃돌지 여부가 실적 개선의 핵심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브랜딩, 가성비를 강조한 광고 카피 등에 힘입어 빨라도 연말으로 예상되는 경쟁 제품의 출시 전까지 발포주 관련 모멘텀을 '나홀로' 향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는 필라이트의 생산량을 월 30만 상자 수준으로 분석했다. 그는 "최근 판매 호조로 볼 때 맥주 시장에 존재하는 저가형 소비 수요를 충족시키며 내년엔 350만 상자 수준의 판매량(전체 판매량의 5.2%)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맥주 부문 턴어라운드(급격한 실적 개선)에 주목한다면 단기적인 주가 프리미엄을 부여할 시기라고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강조했다.
차 연구원은 "하이트진로의 저가 맥주 출시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맥주 시장에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레버리지 효과가 큰 주류 기업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높게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필라이트 덕분에 맥주 가동률 역시 50%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필라이트의 흥행이 이어지면서 연간 5%에 육박하는 맥주 매출액 감소세가 완화될 수 있다"며 "2016년에 44%에 불과했던 맥주 가동률도 50%를 웃돌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6월 경쟁사의 라거 맥주(피츠 수퍼클리어) 출시를 앞두고 광고선전비 증가가 아닌 신제품을 통한 대응이 아주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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