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자산축소 동시에
실업률 최저…성장률 반영, 연내 금리 한차례 더 인상
월 100억달러씩 자산축소…분기마다 매각 규모 두 배로
'목표치 미달' 물가가 변수
[ 뉴욕=이심기 기자 ]
미국 중앙은행(Fed)이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고 이전보다 구체적인 국채 등의 보유자산 축소 계획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경제가 안정적이라는 방증이다. 고용시장과 경제활동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쌍끌이’ 긴축에 나서더라도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소폭 오르고, 달러화 가치가 소폭 하락한 대목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금리인상 ‘3-3-3’ 로드맵대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날 정례회의 후 발표한 성명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예정대로 올해 세 번 기준금리를 올리고, 연내에 보유자산 축소에 착수하겠다는 내용이다.
캐티 존스 찰스슈와브 채권전략가는 “물가상승률이 Fed의 전망치를 밑도는데도 금리인상과 자산축소를 동시에 단행하겠다는 것은 긴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긴축정책은 경제상황을 근거로 했다. FOMC 성명서는 “고용시장이 견고하며, 경제활동도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Fed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2%로 소폭 상향조정했다. 실업률은 더욱 떨어져 연말 4.3%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FOMC 위원들의 금리전망을 담은 점도표도 이런 점을 반영했다.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연 1.4%, 내년은 연 2.1%로 나타났다. 2019년 말 2.9%를 거쳐 2020년부터는 자연금리 수준인 연 3.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하고, 내년과 2019년에도 각각 세 차례 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다. 지난 FOMC 회의 후 제시한 ‘3-3-3’ 로드맵이다. 모건스탠리는 “물가상승률이 부진한데도 금리인상 경로에 변화가 없었다”며 “상당히 매파적인 성명서”라고 분석했다.
9월 자산축소 돌입 전망
Fed는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서 국채와 모기지증권(MBS) 등을 매입하면서 보유자산을 4조5000억달러로 불렸다. 지금까진 자산의 만기가 돌아오면 재매입해 시중 유동성을 유지했다. 앞으로는 재매입하지 않고 시장에 매각해 그동안 풀어놓은 돈을 흡수할 계획이다.
Fed는 매달 국채 60억달러, MBS 40억달러 등 100억달러로 자산 축소를 시작해 분기마다 규모를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국채는 300억달러, MBS는 200억달러까지 확대한다. 제임스 스위니 크레디트스위스(C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공격적인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FOMC 위원 중 한 명이 금리인상에 반대했지만 자산 축소에는 모두 찬성했을 정도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구체적인 자산 축소 시기를 언급하지 않은 채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9월 FOMC 회의에서 자산 축소 개시 결정을 내려 10월부터 실행에 들어가고, 기준금리는 12월에 올릴 것으로 관측했다.
Fed가 최종적으로 유지할 보유자산 규모에 대해 옐런 의장은 “현재보다는 현저하게 작지만 위기 전보다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재의 절반 수준인 2조~2조5000억달러 선을 적정 규모로 보고 있다.
낮은 물가상승률이 변수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Fed가 올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확률을 35%로 예측했다. 전날 50%에서 대폭 낮아졌다. 1분기 0.7%에 그친 경제성장률과 저조한 물가상승률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Fed의 긴축이 계획대로 이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Fed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9%에서 1.6%로 낮췄다. 목표치 2.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수 있다며 시장도 추가 금리인상에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반면 옐런 의장은 “부진한 물가상승은 일시적”이라며 “상승 여건이 조성되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 2% 달성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 계획을 통해 시장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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