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당장 영향 적지만…"
금리 역전 발생 시간문제, 글로벌 자금 이탈 우려
금리 인상 압박 커졌지만…
정부 부양책과 충돌 가능성…곧바로 올리기도 쉽지 않아
내달 13일 금통위 주목
Fed, 추가인상·자산축소 예고…한은, 강한 인상신호 보낼 수도
[ 김은정 기자 ]
재정·통화당국 수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 간 기준금리 수준이 같아져서다. 한국은행이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Fed가 연내 한 차례 금리를 더 올리면 2007년 8월 이후 10년 만에 한·미 간 금리 수준이 뒤바뀐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전인 지난 12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시장에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긴 했지만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과 충돌할 우려가 있어 셈법은 복잡하기만 하다.
자금 이탈 우려 vs 경기에 찬물
이 총재는 15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예상된 결론이란 설명이다. 그렇다고 사상 최저 수준(연 1.25%)인 금리를 마냥 쥐고 있기도 어렵다. 한·미 금리 역전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다.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인 미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이 총재가 이번주 초 한은 창립 67주년 기념사에서 “경제 상황이 뚜렷이 개선되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통화 긴축’ 시그널을 보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렇다고 미국을 따라 곧바로 금리 인상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기가 달궈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내수로까지 확산했다고 보긴 어렵다. 올 하반기엔 “그나마도 달아오른 경기 회복세가 식을 수 있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망까지 나온다.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지출 확대가 일자리를 늘릴 순 있지만 한국의 경제 구조를 바꿔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형성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도 변수다. 가계 빚이 소비 회복을 짓누르고 있는데 금리까지 올리면 부진한 내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커지는 금리 인상 압력
한은은 Fed의 추가 금리 인상과 보유 자산 축소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환율·주식 등 현재 시장지표에 이미 6월 금리 인상 영향은 반영돼 있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Fed가 보유 자산 축소를 통해 본격적으로 돈줄 죄기에 나서면 파급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을 향한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졌다”며 “연내에도 금리 조정을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달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을 위한 강한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오는 8월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해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판이 마련되면 본격적인 금리 인상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논리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한 번 올리면 우리도 한 번 올리는 식은 아니더라도 한은이 일부 Fed의 금리 인상 기조를 따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한·미 간 금리 역전이 발생했을 때는 한은이 항상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를 따랐다. 한은은 1999년 5월 금리가 같아진 뒤 역전되자 2000년 2월 금리를 연 4.75%에서 5.0%로 올렸다. 2005년에도 금리 역전이 발생한 지 2개월 뒤 금리를 올렸다. 물론 당시엔 국내 성장률이 각각 11%대, 5%대에 달했던 만큼 1%대 성장에 머물고 있는 현재와는 다르다.
당국 “24시간 모니터링 강화”
정책당국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국제금융센터 등 정부와 관계기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해 적기에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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