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 세계 최대 반도체공장 이달 가동

입력 2017-06-15 17:45   수정 2017-06-16 06:24

남들 48단 시작할 때 64단 양산…'반도체 초격차'

초당 1기가비트 데이터 전송
구조 틀어지고 데이터 간섭 등 3D 낸드 물리적 한계 극복
전력 덜 먹고 더 가벼워져…낸드 점유율 40% 돌파 전망



[ 노경목 기자 ]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또 한발 앞서 나간다. 도시바 등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올해 들어서야 48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양산을 본격화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64단 낸드를 본격 양산한다고 15일 발표했다. 3D 낸드는 단수가 높아질수록 생산성이 올라가며 수익성도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전체 낸드 생산량에서 64단 낸드가 차지하는 비중을 연말까지 50%로 높일 계획이다. 64단 낸드가 삼성전자의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려 지난해 말 37%였던 삼성전자의 세계 낸드시장 점유율은 40%를 돌파할 전망이다.

◆신기술 적용해 성능 높여

삼성전자가 이날 양산을 발표한 64단 낸드는 기존 48단 제품과 비교해 동작 속도는 50%, 전력효율은 30% 이상 높다. 데이터 간섭현상이 나타나는 빈도가 20% 줄어 데이터 보존의 신뢰성도 높아졌다. 칩 크기가 30% 줄어 똑같은 웨이퍼에서 그만큼 더 많은 칩을 만들 수 있다.

64단 낸드는 단수가 높아질수록 구조가 불안해지는 3D 낸드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3D 낸드가 50단 이상을 넘어가면 구조 자체가 틀어지거나 가장 위에 있는 단과 가장 밑에 있는 단이 서로 다르게 작동하며 성능이 떨어진다. 삼성전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과 단을 연결하는 미세한 구멍의 숫자를 늘렸다. 이렇게 하면 고층 건물에 철근을 박아넣듯 하중을 분산시킬 수 있다. 48단에는 36개밖에 없던 구멍을 81개까지 늘렸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앞으로 90단 이상의 3D 낸드를 생산할 수도 있다.

단수가 높아지면 단 사이의 간섭현상으로 데이터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했다. 낸드는 전하를 가둬 기억을 저장하는데 전하가 담기는 셀과 셀 사이의 막을 더 얇게 해 데이터를 세밀하게 제어하며 저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 기술을 그대로 썼다면 64단 낸드의 데이터 간섭현상은 48단 대비 10% 늘어났겠지만 이 같은 초박막 기술로 오히려 20% 줄었다. 이 과정에서 칩 수명도 20%가량 연장됐다.

반도체 회로 설계도 대폭 바꿔 초당 1기가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했다. 셀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속도가 48단 낸드 대비 1.5배 빨라진 이유다. 동작 전압은 3.3V에서 2.5V로 떨어뜨려 전력효율을 높였다.

◆수익성·점유율 둘 다 잡는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64단 낸드를 올초부터 화성공장에서 생산해왔다. 하지만 평택 반도체공장 본격 가동 시점까지 반년 가까이 공개를 미뤘다. 화성공장의 생산량만으로는 64단 낸드를 원하는 고객사에 만족할 만큼 물량을 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내부 수요처와 일부 글로벌 대형 거래처에만 알음알음 공급했다.

삼성전자는 64단 낸드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낸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만 한정해 제공한 64단 낸드를 스마트폰과 PC 제조업체에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64단 낸드를 사용하면 전력은 더 적게 먹으면서도 가벼운 전자제품을 만들 수 있다. 제품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부품인 만큼 삼성전자 낸드 생산량의 절반을 64단 낸드로 채우더라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쟁업체가 앞다퉈 3D 낸드 증산에 나서며 작년 말 월 25만 장(웨이퍼 기준)이던 세계 3D 낸드 생산량이 올해 말 월 66만 장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에도 삼성전자의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분기당 50% 이상을 넘기고 있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영업이익률 역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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