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람과 비슷한 문어의 생로병사

입력 2017-06-15 18:53  

문어의 영혼


[ 김희경 기자 ] 문어의 수명은 4년 정도에 불과하다. 암컷 문어가 알을 낳는 시기는 이 짧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다. 알을 낳은 문어는 그 많은 다리를 부지런히 흔들어댄다. 알에 공급되는 산소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죽음에 이른다. 자신의 몸과 혼을 다 바쳐 알의 부화를 돕고 장렬히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문어의 영혼》은 문어와 가까이서 교감하며 인간들이 몰랐던 문어의 삶과 사랑, 죽음 등을 담았다. 저자는 《돼지의 추억》 등 동물과의 교감을 전문적으로 다뤄온 미국 작가 사이 몽고메리. 그는 뉴잉글랜드 아쿠아리움에서 네 마리 문어와 만났다. 문어는 주로 촉각과 미각으로 세상을 파악하기 때문에 몽고메리는 직접 자신의 살갗을 문어의 빨판에 접촉시키곤 했다.

문어는 ‘두족류’다. 머리에 다리가 달렸다는 의미다. 인간이 머리-배-다리 순이면, 문어는 배-머리-다리 순이다. 우리가 흔히 ‘문어 머리’라고 인식하는 부위는 각종 위장이 들어 있는 배다.

이같이 문어는 인간과 전혀 다른 신체 구조를 갖고 있지만 놀랍게도 인간과 적극 교감할 줄 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며 자신에게 잘 대해준 사람은 기억해 둔다.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 심통을 부리다가도 물벼락을 안기며 장난도 친다. 성격도 천차만별이다. 점잖은 문어가 있는가 하면 유달리 짓궂은 문어도 있다. 저자는 “발에 생식기가 달렸고 뼈 없이 흐물대는 이 외계생물 같은 문어에게도 영혼이 있다”며 “그들과 교감하면 촉감을 토대로 한 독특한 의식과 지능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최로미 옮김, 글항아리, 356쪽, 1만6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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