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이화여대 신임총장 "여성친화적 캠퍼스 구축할 것"

입력 2017-06-16 07:00  


김혜숙 이화여대 신임 총장(사진)은 여성이 육아·가사노동에 얽매이지 않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여성 친화적 연구환경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5일 이화여대 총장 공관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진 김 총장은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여자대학'이라는 정체성을 살려 나가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학기 말 작업이 몰릴 때는 주말·밤샘 탁아 등이 상당히 필요한 상황 "이라며 "일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캠퍼스 개념에 생활 개념을 함께 접합시켜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전과 달리 결혼한 학생도 이화여대에 다닐 수 있는 만큼 학교 환경을 바꿔나가겠다는 뜻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겪는 갈등이나 인권 침해 문제 해결에 힘쓰고, 특히 사회에 만연한 여성 비하와 여성 혐오 피해자로 '소비'되고 있는 이대생들의 명예 회복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김 총장은 "교수와 학생, 학생과 직원 등을 둘러싼 다양한 학내 문제가 있다. 성적 문제를 포함한 각종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학내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전했다.

소통 문제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김 총장은 "지난해 벌어진 이화여대 사태는 학내 '불통'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학내 구성원이 모인 4자 협의체를 통해 14차 회의까지 열면서 의견을 조율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내심을 갖고 소통 구조 개선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이던 그는 지난해 이화여대가 정유라 특혜 사건으로 흔들릴 때 학생들과 소통하며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최근 학생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총장에 당선됐다.

작년 이화여대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으로 논란을 빚을 당시의 특수감금 혐의로 재판을 받는 최은혜 전 이화여대 학생회장에 대해서는 "교수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쓰고 변호사 비용 모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논술전형 축소 방침과 달리 내년 입시에서 확대키로 한 논술의 순기능도 역설했다. 앞서 이화여대는 201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논술전형 선발 인원을 670명으로 2018학년도(545명)보다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논술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게 아닌 사고능력과도 연결되는 일"이라면서 "한국은 글쓰기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다 보니 논술만 따로 분리해 공부하는 기형적 현상이 벌어지는데 글쓰기는 교육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가 선정된 교육부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프라임) 사업은 총체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총 3년의 프로젝트 기간 중 이미 1년이 진행됐다. 새로운 학과를 만들어 신입생을 선발했고 2018학년도 신입생 요강까지 나왔다"며 "이대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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