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혼인'에도 버티던 안경환…퇴학 면한 아들 대입 의혹 터지자 사퇴

입력 2017-06-16 22:29  

'인사 암초'에 걸린 문재인 정부

안경환, 들끓는 여론에 백기
오전엔 정면돌파 시도했지만 비판 청와대로 향하자 사퇴
청와대 "의사 존중할 수밖에…"

야당 '파상공세'
"안경환 사퇴 당연한 결정…김상곤·조대엽도 무자격 후보"
음주운전 등 추가의혹 제기



[ 유승호/김주완 기자 ]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16일 오전까지만 해도 위조 혼인신고와 여성비하 발언 논란에 사죄하면서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아들의 대학 입학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사퇴를 결정했다. 인사 검증 책임론과 함께 여론의 칼날이 청와대로 향하기 시작한 것도 안 후보자에게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 압박에 ‘백기’

안 후보자는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자청해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그는 1975년 상대 여성의 동의 없이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한 사실과 관련해 “당시 사랑했던 사람과 가족에게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전적으로 제 잘못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다”고 사죄했다. 책과 칼럼에서 부적절한 성 관념을 드러냈다는 논란에는 “여성을 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으며 남성들에게 성찰과 반성의 계기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직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지막 소명으로 생각하고 국민의 희망인 검찰개혁과 법무부의 탈(脫)검사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청문회까지 사퇴할 생각은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안 후보자는 해명 기자회견을 연 지 아홉 시간여 만인 오후 8시40분께 법무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직을 내려놓는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갑작스러운 사퇴의사는 아들의 서울대 입학 관련 논란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자는 아들이 고교 시절 퇴학 위기에 처했다가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해 징계를 경감시켰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아들이 퇴학을 면한 덕분에 지난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치러진 서울대 수시전형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정유라보다 더한 입시비리”라는 격앙된 반응이 이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 후보자가 사퇴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자의 혼인 관련 문제를 인지한 시점에 대해 “지명 발표 전까지 몰랐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알고도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아니라는 뉘앙스를 흘린 것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안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검찰개혁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野 “김상곤·조대엽도 사퇴해야”

야당은 안 후보자 사퇴에 대해 ‘만시지탄’이라는 반응과 함께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무자격 후보자’라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이 그렇게 못마땅해하는데도 버티다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다행”이라며 “법치를 책임져야 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한 여인의 인생을 망친 심각한 죄를 짓고도 그동안 너무나도 태연하게 버텼다”고 비판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순항과 본인의 명예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라며 “조 후보자 등 문제가 많은 다른 후보자들도 즉각 사퇴하는 것이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안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청와대는 나머지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해 더 세심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와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도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 김석기 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의 세 딸이 강남 8학군에서 초·중·고교를 나왔다”며 “서민교육을 주장해온 김 후보자의 이중잣대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조 후보자는 음주운전과 관련해 거짓 해명 의혹을 받고 있다. 조 후보자는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 출교당한 학생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조 후보자가 학생들과 술을 마신 적이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승호/김주완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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