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치킨 싸움

입력 2017-06-18 17:50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육류 가운데 종교·문화적 금기(taboo)가 가장 적은 게 닭고기다.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힌두교도는 소고기를 안 먹지만 닭고기만큼은 예외다.

닭이 인류의 주된 단백질 공급원이 된 것은 우선 경제적이어서다. 소는 키우는 데 시간·비용이 많이 들고, 고기보다는 다른 쓸모가 훨씬 많았다. 돼지는 인간의 식량을 축낸다. 반면 닭은 고기 1㎏ 생산에 필요한 사료가 소의 8분의 1이다. 빨리 자라고 달걀까지 공급해 일석이조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닭 사육 두수는 약 200억 마리로 추산된다. 중국(46억3000만 마리), 미국(19억8000만 마리), 인도네시아(17억2000만 마리) 순이다. 한국은 1억5600만 마리를 사육한다. 대략 인구의 3~6배다. 세계 닭고기 소비량은 연간 9300여만t이다. 마리당 1.5㎏으로 치면 하루 2억 마리꼴이다.

한국인은 여전히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먹지만, 2000년대 들어 닭고기 소비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1인당 연간 15.4㎏(2014년)으로 1970년의 10배다. 아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7.5㎏)에 못 미치지만 건강 중시, 백색육(흰살 고기) 선호에 비춰 증가 여지가 많다.

먹을 것이 귀했던 1960년대만 해도 닭은 백숙으로나 가끔 먹었다. 1963년 사료 생산, 1973년 식용유 보급으로 양계산업과 닭 소비에 일대 변화가 왔다. 한국인의 닭고기 사랑은 ‘치킨’ 보급과 궤를 같이한다. 치킨은 닭에 밀가루를 입혀 튀기거나 구운 것을 가리킨다.

1977년 최초 프랜차이즈인 림스치킨이 프라이드 치킨을 선보였다. ‘시장 통닭’의 진화다. 1981년 페리카나의 양념치킨도 나왔다. 원조격인 미국 KFC가 1984년 한국에 진출했다. 이후 간장치킨, 찜닭, 불닭, 파닭, 마늘치킨, 숯불바비큐, 오븐치킨 등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 ‘치맥(치킨+맥주)’ 열풍까지 더해졌다.

그 결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치킨 프랜차이즈만 402개다. 전국 치킨집(3만6000여 개)이 전 세계 맥도날드 점포(3만5000여 개)보다 많을 정도다. 가히 ‘치킨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최근 공정위가 치킨값 인상과 관련해 ‘갑질’ 조사에 착수하자 가맹본사들이 백기를 들었다. 지난 3월에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세무조사, 공정위 조사 등으로 치킨값 인상에 제동을 건 적이 있다. 이유야 어떻든 정부가 자꾸 가격을 통제하려 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점주들은 어렵다. 그러나 가맹본사 횡포 이전에 지나친 과밀경쟁이 문제다. 가격을 눌러도 점주의 수익이 보장되기 힘든 이유다. 치킨값 소동이 ‘치킨게임’이 되지 않기 바란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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