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금융권 지원받던 중견 건설사, 정상궤도 진입

입력 2017-06-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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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 크게 개선

한라, 연 5%대 금리로 사모채 130억어치 발행…연 7%대 채권 조기상환
삼호 워크아웃 졸업하자 모기업 대림산업이 채권단 지분 추가 매입



[ 서기열 기자 ] ▶마켓인사이트 6월19일 오후 3시

중견 건설사 한라가 실적 개선 자신감을 바탕으로 연 7%대 고금리 채권 조기 상환에 나섰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인 삼호는 모기업인 대림산업이 최근 채권단 지분을 사들이기로 했다. 금융권 지원을 받던 중견 건설사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한라, 조달금리 2%포인트 낮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라는 지난 14일 사모 회사채 8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지난달 26일엔 사모 회사채 50억원어치를 찍었다. 보름 남짓 사이에 총 130억원을 조달한 것이다. 두 회사채의 만기는 모두 1년6개월이다. 발행금리는 지난달 연 5.9%에서 이번에는 연 5.5%로 떨어졌다. 한라의 신용등급은 ‘BBB(안정적)’다.

한라가 잇따라 사모채 발행에 나선 것은 금융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한라 관계자는 “내년 2월 만기가 오는 연 7%대 고금리 채권을 조기 상환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달 추가로 사모채를 발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라는 지난해 2월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활용해 총 709억원의 사모사채를 연 7.82% 금리에 발행했다. 조달금리를 1년여 만에 2%포인트가량 낮춘 것이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자금조달을 산업은행이 지원해주는 제도다. 한꺼번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기 어려운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업은행이 전체 금액의 80%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한라는 건설경기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2014년에 우리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었다.

한때 금융권의 지원으로 버티던 한라는 이후 고금리 채권을 순차적으로 조기 상환했다. 신속인수제로 발행한 회사채를 지난해 540억원어치, 2015년엔 792억원어치를 미리 갚았다. 조기상환에 나설 수 있던 것은 한라의 실적 개선 덕분이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2% 늘어났고, 순이익은 83억원으로 작년 4분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주택사업 부문이 호조를 보인 데다 원가율 등을 떨어뜨려 수익성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구조조정으로 체질 개선”

삼호의 최대주주인 대림산업은 지난 14일 계열사 삼호 지분 약 33%를 추가로 매입하는 결정을 했다. 삼호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과정에서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산업은행 한국증권금융 동부증권 등 9개 금융회사가 출자전환으로 보유하게 된 지분을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대림산업이 삼호 경영권 유지에 충분한 43.52%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데도 채권단 지분을 사기로 결정한 것은 삼호가 정상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호는 2008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실로 인해 2009년 5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금융권 지원과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2014년 28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749억원으로 늘어났고 시공능력 평가액도 2014년 6204억원(46위)에서 2015년 8824억원(31위), 지난해 1조326억원(27위)으로 상승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재무구조 악화로 금융권 지원 없이 버티기 힘들었던 중견 건설사들이 건설경기 회복과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되살아났다”며 “중견 건설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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