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강남보다 실수요자에게 고통줄 수도
5억 이하 모기지 지원 기준, 지역별 차등화를"
[ 조수영 / 선한결 / 설지연 기자 ] 부동산 전문가들은 ‘6·19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만 나왔을 뿐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은 아예 나오지 않아서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서울과 경기 신도시의 집값이 오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가수요를 걷어내 어느 정도 과열된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집값을 떨어뜨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위축 의식한 ‘핀셋 규제’
정부가 19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책적 고민이 엿보인다”고 한목소리로 평가했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서울, 경기 신도시, 부산, 세종시 등에서만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 외곽과 지방은 오히려 침체 기류가 뚜렷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시장이 제각각 놀고 있어 전면적인 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며 “정부가 과열지역에 대해서만 적절하게 메스를 댔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또 정부가 전체 경기를 의식해 부동산 열기를 완전히 가라앉히지는 않으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도시금융연구실장은 “일부 지역 부동산시장의 온기를 이어가면서도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유수현 대우건설 마케팅팀장은 “시장 과열을 이끈 가수요가 걷히면서 실수요자에게는 내집 마련 기회를 보장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책으로 청약 경쟁률은 하락할 전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그동안 단기 전매를 노린 가수요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서울 전역과 광명에서 입주 때까지 전매할 수 없어 가수요자들이 오피스텔 등 다른 투자상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남 집값 다시 오를 것”
정부가 일시적인 수요 옥죄기보다는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중장기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수요 억제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생각보다 규제 강도가 세지 않아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며 “강남 집값의 기간 조정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상승이 나타나면 정부가 초강력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은 서울 집값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직접적인 대책을 내놓는 대신 “주택시장 동향을 정례적으로 분석해 과열 추세가 이어지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르면 더 강력한 카드를 바로 내놓겠다는 얘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번 대책에서는 빠졌지만 투기과열지구를 비롯해 전·월세 상한제 등 강력한 규제를 언제든지 내놓겠다는 시그널”이라며 “앞으로 공급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노무현 정부 때처럼 규제가 나올 때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하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 수요를 차단할 수 있지만 실수요자의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청약조정대상지역에 한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씩 낮추고 잔금대출에도 DTI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김승배 대표는 “강남 시장은 어차피 대출규제가 크게 작용하는 곳이 아니다”며 “LTV, DTI 규제 강화가 내집을 마련하려는 서민과 청년들에게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 팀장은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모기지 지원 대책은 반가운 내용이지만 ‘주택가격 5억원 이하’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서울에서는 강북지역 전용면적 59㎡ 아파트도 5억원을 훌쩍 넘어선 만큼 지역적으로 차등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수영/선한결/설지연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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