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의 정치세계] 탄핵 앞장선 추미애에 장관직 제의한 노무현 대통령

입력 2017-06-20 08:53   수정 2017-06-20 09:06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자신에 대한 탄핵에 앞장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에게 장관자리를 제의했었다고 한다. 당시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소속이었고, 추 대표는 민주당 소속으로 탄핵역풍에 총선서 고배를 마신 뒤 미국에 가 있던 상황이었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내 ‘노무현 지지세력’이 반대파(잔류파)와 갈등끝에 탈당해 만든 당이다.

추 대표는 2002년 대선 때 노 전 대통령의 당선에 앞장서면서 정치적 동지이자, 후계자 중 한 명으로 부상한 상황이었다. 그런 추 대표가 노 전 대통령과 갈라선 것은 민주당 분당 사태에 반대하며 노무현 세력이 주도한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아서다. 추 대표는 노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초반 3불가론(탄핵 대신 개혁으로 지지층의 동요를 막고, 탄핵 찬성은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있으니 현혹되서는 안되며, 탄핵을 강행하면 역풍을 맞아 총선에서 참패할 것)을 내세워 탄핵을 반대했다 결국 막판에 입장을 바꿔 탄핵 대열에 합류했다.

결국 추 대표가 주장했던 3불가론이 탄핵 가결 이후 현실화 됐다. 추 대표는 탄핵역풍 속에서 17대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3보1배를 하며 ‘석고대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9석을 얻는데 그쳤다. 참패였다. 추 대표도 낙선했다. 추 대표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귀국 후에는 17대 대선을 앞두고 정동영 캠프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정치 전면에 복귀했다. 이후 18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20대까지 내리 당선되면서 5선 국회의원이 됐다. 헌정 사상 최초로 지역구 5선 여성 의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추 대표는 기회 있을 때 마다 “내 정치 인생 중 가장 큰 실수이자 과오”라고 말하곤 했다.

추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당시를 회고했다. 추 대표는 “당(새천년민주당) 분열을 막으려 최선을 다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대통령 탄핵 후 사죄의 삼보일배를 한 뒤 모든 걸 내려놓고 미국으로 떠났다”며 “민주당에 있으면 집권당(열린우리당)에 맞선다는 인상을 주고 국정운영 방해세력으로 비쳐질 수 있어 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대표는 “공항으로 향하면서 노건평 씨(노무현 전 대통령 형)에게 전화해 ‘멀리간다. 언제 올지 모른다. 대통령의 성공을 바란다’고 말한 뒤 떠났다“고 했다.

추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노 대통령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노 대통령이 ‘정부 조직개편하려고 하는데 들어와서 장관(건설교통부)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추 대표는 “고심했다”며 “처음엔 들어가서 일도 하고 싶고 의욕도 있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방해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결국 접었다”고 했다. 장관직을 수락하면 민주당이 사람을 빼갔다고 반발하는 등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될 거라는 판단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탄핵에 찬성한 추 대표에게 장관직을 제의했을 뿐 아니라 3보1배를 하자 무릎과 건강에 대해 묻기도 하는 등 상당한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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