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영 기자 ]
수출에 주력하는 대다수 한국 기업은 해외에서 법적 분쟁이 생기면 큰 난관에 빠진다. 건설 조선 해양플랜트 등의 업종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글로벌 로펌에 의뢰해 사건 해결을 시도하지만 한국 기업 특성에 밝지 않은 해외 변호사들과의 협업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김앤장의 국제중재팀은 해외 대형 로펌이 독식해온 국제분쟁 부문에서 국내 로펌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국제중재 부문 아시아 1위 로펌
김앤장 국제중재팀의 경쟁력은 풍부한 경험과 강력한 맨파워에서 나온다. 국내 로펌이 관심을 갖지 않던 1990년대 후반부터 김앤장은 국제중재 분야에 진출해 경험을 쌓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윤병철 변호사(사법연수원 16기)와 박은영 변호사(20기)를 필두로 한 40여 명의 전문 변호사가 팀을 구성하고 있다.
공동팀장인 윤 변호사와 박 변호사는 로펌·변호사 평가기관인 ‘체임버스아시아퍼시픽’이 선정한 2017년 한국 국제중재 분야 개인 랭킹에서 각각 최고 등급과 1등급에 올랐다. 윤 변호사는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 상임위원과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 이사를, 박 변호사는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부원장과 SIAC 중재법원 상임위원을 맡는 등 세계 유명 국제분쟁기구에서도 핵심 위치에 있다.
현대중공업 해외법무실장 출신으로 조선·건설 분야에서 법률 지식과 실무 경험을 겸비한 오동석 변호사(25기), 국내 로펌의 해외 건설 분쟁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임병우 변호사(28기), 해상·조선 전문가로 영국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이철원 변호사(28기) 등이 포진해 있다. 국내 최고의 여성 중재전문가로 꼽히는 정교화 변호사(28기)는 세계변호사협회(IBA) 중재분과의 규칙 및 가이드라인 소분과 위원, 뉴욕협약 관련 소분과 위원, IBA 반부패 분과의 회원 임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런 인력을 바탕으로 김앤장은 체임버스아시아퍼시픽의 국제중재 분야 국내 로펌 1위를 올해까지 10년 연속 지키고 있다. 2012년에는 국제중재 전문지인 GAR이 선정하는 세계 30대 로펌(GAR30) 중 24위에 올라 아시아 로펌으로는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개인 순위에서도 체임버스아시아퍼시픽은 국내 로펌 중 최다인 6명의 김앤장 국제중재팀 멤버를 올렸다.
한국 정부 ISD 첫 승리 이끌어내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국제분쟁에서 한국 기업의 피해가 심해지고 있는 건설, 조선 분야에 역점을 두고 한국 기업의 이익을 지키는 해결사가 되기 위해 전문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각 구성원 변호사에게 자신의 전문 분쟁 분야를 정하도록 하고, 해당 분야 사건을 중점적으로 처리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김앤장의 풍부한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건설팀, 조선·해상팀, 조세팀, 변리사팀 등 내부 팀과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국제 분쟁은 해결 과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대개 기술 분쟁 성격이 강해 수만 장에 달하는 서류 검토와 방대한 증인 및 전문감정인 인터뷰, 복잡한 기술원리 및 법리 검토 등을 거치려면 막대한 중재 비용과 시간이 든다. 이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결과가 불확실한 소송보다는 조기 화해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김앤장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아제르바이잔 등에서 한국 시공사와 조선사를 대리해 여러 건의 조기 화해를 이끌어냈다. 최근엔 런던에서 국내 대형 조선사의 6000억원대 화해를 성사시켰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영업 계약 계획 설계 구매 생산 시운전 품질관리 등 사업 전 과정을 점검해 발주사를 압박, 한국 조선사가 유리하도록 화해를 이끌어냈다. 대형 조선소 업무는 공문과 이메일보다는 시스템과 도면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기계공학을 전공한 변리사들과 함께 조선소 시스템 자료, 기본설계부터 상세설계, 생산설계에 이르는 2D 도면은 물론 3D 모델링 자료까지 샅샅이 뒤져 발주처의 무리한 발주 및 공사 변경 내용과 공정 방해 요인들을 확인했다.
김앤장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부호 만수르의 회사로 잘 알려진 하노칼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2400억원대 투자자국가소송(ISD)을 맡아 미국 초대형 로펌과 맞서 소송 취하를 이끌어냈다. 이는 ISD에서 한국 정부가 승리한 첫 사례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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