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아람코 IPO 등
경제·외교정책 밑그림 주도
[ 허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왕자’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국방장관(32)이 왕위계승 서열 1인자로 올라섰다. 나이 서열을 중시해온 사우디 왕실의 전통을 깬 것이다. 저유가로 재정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젊은 지도자가 어떤 개혁과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82)은 21일(현지시간) 빈 살만 제2왕위계승자를 제1왕위계승자로 임명한다는 칙령을 내렸다. 기존 서열 1위였던 무함마드 빈 나예프 내무장관(58)은 모든 공적 지위가 박탈됐다. 빈 나예프 왕자는 살만 국왕의 조카이자 빈 살만 왕자의 사촌 형이다. 그는 나이 서열에 따라 왕위계승 순서에서 빈 살만 왕자보다 앞서지만, 권력구도에선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빈 살만 왕자는 군과 에너지산업을 거머쥐고 있는 실세다. 살만 국왕은 2015년 1월 왕위에 오르자 아들인 빈 살만 왕자를 국방장관과 왕실 직속의 경제개발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다. 미국 러시아 등 주요국 정상 면담에도 빈 살만 왕자를 보냈다. 이 때문에 그가 왕위계승 서열을 뒤집고 차기 국왕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빈 살만 왕자는 지난 3월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이란이 중동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그는 국방장관으로서 2015년 예멘 내전에서 반란군 진압 작전을 주도했다. 당시 사우디 방위성 장관에게 알리지 않고 공격을 시작하고, 작전 기간에 몰디브로 휴가를 떠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해 말 살만 국왕과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회담 자리에서 미국의 외교 정책을 비난해 주목받았다.
석유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내용의 ‘비전2030’도 그의 작품이다. 2014년부터 지속된 저유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 확대 △증세 △국가자산 매각 △국영석유업체 아람코의 기업공개(IPO)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개혁 계획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2015년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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