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2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계부채가 부실해질 수 있는 '위험가구'가 작년 3월 말 기준으로 126만3000가구라고 밝혔다.
위험가구는 전체 부채가구의 11.6%를 차지한다. 이들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186조7000억원(총 금융부채의 21.1%)나 된다.
위험가구 중 고위험가구는 31만5000가구(부채가구의 2.9%)이고 고위험가구의 부채는 62조원(총금융부채의 7.0%)으로 집계됐다.
고위험가구는 원리금(원금과 이자)의 상환 부담이 크면서 자산을 팔아도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취약한 가구로 정의됐다.
처분가능소득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가구다.
문제는 앞으로 금리 상승으로 절박한 상황인 고위험 가구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15일(한국시간) 정책금리를 연 1.0∼1.25%로 올리면서 상단이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25%)와 같은 수준이 됐다.
최근 한은도 자본유출 우려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금융시장에서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대출금리 산정의 바탕이 되는 코픽스도 들썩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 부채가 많은 가구는 작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대출금리가 0.5% 포인트(p), 1%p 오를 경우 고위험가구가 각각 8천명, 2만5000명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런 시나리오에서 고위험가구 금융부채는 각각 4조7000억원, 9조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또 대출금리가 1.5%p 오르면 고위험가구는 6만명(19.0%) 증가하고 이들의 금융부채는 14조6000억원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앞으로 대출금리가 소폭 상승하는 경우에는 가계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정도가 제한적으로 평가된다"면서도 "금리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하면 고위험가구의 수와 부채가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부채의 취약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의 실질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부채는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말 가계부채는 1359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1% 늘었고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3.3%로 전년 동기대비 8.6%p 올랐다.
특히 6·25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가 가계부채의 위험군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평균 부채 규모가 큰 베이비붐 세대가 '적극 차입' 계층의 상당수를 차지하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가구당 평균 금융부채 규모를 보면 베이비붐 세대가 5800만원으로 나머지 가구의 평균(4천400만원)보다 약 32%나 많다.
50세 이상 베이붐 세대가 식당 등 자영업에 진출하고 임대주택 투자를 많이 하면서 빚이 늘고 있다.
보고서는 "정부와 감독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더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취급유인을 약화하거나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중점관리하는 등 가계부채 급증세를 억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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