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파' 하려다 포기한 날…'집밥'을 사먹었다

입력 2017-06-22 17:58  

지갑 털어주는 기자 - 집밥 전문점 '국선생'


[ 김보라 기자 ]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밥에 멀건 국, 특별할 것 없는 밑반찬 몇 개. 그런 집밥이 유난히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만한 비주얼은 아니지만 한때는 지겹다고도 생각했던 그 맛. 며칠 전 그 ‘별거 아닌 맛’이 그리웠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었습니다.

굶주린 동물이 사냥하는 자세로 냉장고 위 칸부터 찬찬히 들여다봤지요. 뜻밖의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채소칸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마스크팩, 건강 좀 챙겨보겠다고 1+1으로 샀던 양파즙, 치킨과 피자에 딸려온 피클 더미와 빨간 콜라캔,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괴생명체가 돼 버린 신선식품. 탄식, 비명과 함께 냉장고 사냥은 끝났습니다. 결혼 초 친정엄마가 바리바리 싸주던 종합반찬세트를 “먹을 사람이 없다”며 뿌리쳤던 장면들이 후회와 함께 밀려들었습니다. ‘아, 결국 또 라면인 건가….’

냉장고를 탈출한 쓰레기부터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던지다시피 하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 아파트 상가에 새로 생긴 ‘국선생’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뭔가에 홀린 듯 들어갔습니다. 들어서자 가게 한복판에 이런 글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끼면 망한다.’ 뭘 파는 곳인가 싶어 찬찬히 둘러봤습니다. 깔끔하게 소포장된 국과 반찬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우육개장, 표고버섯 아욱국, 황태해장국, 한우불고기, 제육볶음 등이 2인용 또는 4인용으로 냉장 보관돼 있었습니다. 국 가격은 2인분 기준 5000~6000원대. 멸치볶음, 한우장조림, 메추리알조림, 각종 젓갈과 나물 등 반찬들도 2000~4000원대. 진열대 안쪽으로 길게 자리 잡고 있는 조리대에서 3~4명의 조리사들이 직접 반찬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죠. 시험 삼아 아욱국과 밑반찬 몇 개를 사봤습니다.

손맛 좋던 외할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조미료를 넣지 않고, 저염식 원칙을 지키고, 국산 재료를 썼다는데 진짜 그런 맛이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국선생’은 이마트에서 피코크 식품개발 담당을 했던 최성식 대표가 독립해 만든 회사라고 합니다. 한식, 양식, 일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가 ‘진짜 집밥’을 만들겠다고 시작했답니다. 지금 전국에 100개 넘는 가맹점을 갖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날 이후 왠지 든든했습니다. 늦은 퇴근길, 늦잠을 잔 주말 아침에 밥 걱정이 사라졌으니까요. 과장 좀 보태면 몇 명의 친정 엄마가 더 생긴 기분이랄까. 게으른 맞벌이 부부 말고, 집밥 그리운 사람들에게 소문내도 욕먹지 않을 것 같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봤더니 작년 10월 기준으로 1인 가구가 528만 가구. 그중 59%가 50세 이상 기혼으로, 일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사는 ‘기러기’라고 하네요. 주변에 ‘라면 덕후’가 돼 가고 있는 기러기 아빠들이 있다면 살짝 알려주세요. “국선생 한번 찾아봐.”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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