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시장 판 흔드는 호주 페퍼그룹의 '매운 맛'

입력 2017-06-23 17:22  

한국 저축은행 인수 3년반 만에 자산 7배 불려

급성장한 페퍼저축은행
고금리 대출에 의존 않고 '999무지개대출' 등
독자 상품 개발해 승부

장 매튜 대표 "추가 M&A 당장은 아니지만 검토 중"
직원 25% 정규직 전환도



[ 김순신 기자 ] 호주 페퍼그룹이 국내 저축은행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3년 늘푸른저축은행(현 페퍼저축은행)을 인수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3년6개월여 만에 총자산을 7배 넘게 키워 순식간에 업계 10위에 올라섰다. 이 기간 개인 예금도 5배 가까이 불렸다. 그야말로 ‘초고속 성장’이다.

장 매튜 페퍼저축은행 대표(사진)는 23일 기자와 만나 “한국은 페퍼그룹의 글로벌 전략 요충지”라며 “한국 요리에서 고추(페퍼)가 빠지지 않듯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금융회사로 페퍼저축은행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퍼그룹은 2001년 호주에서 설립된 금융회사다. 호주,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중국 등 7개국에서 금융업을 하고 있다. 주력 사업은 주택담보대출, 개인신용대출 등이다. 지난해 말 자산 규모는 약 51조7500억원이다. 페퍼그룹이 국내에 이름을 알린 건 2013년부터다. 그해 10월 페퍼그룹은 업계 50위권 수준인 늘푸른저축은행을 인수해 페퍼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꿔 달고 한국 금융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같은 해 12월 한울저축은행을 인수합병(M&A)해 덩치를 키웠다.

이후 페퍼그룹은 한국 시장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해외 진출 7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수신(예금) 사업을 시작한 곳이 한국이어서다. SC제일은행 출신 장 대표를 페퍼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페퍼저축은행의 성장세는 놀랍다. 2013년 9월 늘푸른저축은행 인수 당시 1857억원이던 자산은 지난해 말 1조3064억원으로 급증했다. 개인 고객들로부터 받은 예수금도 2013년 2637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1882억원으로 늘었다.

비결은 차별화 전략에 있다. 장 대표는 “다른 회사처럼 고금리 대출에만 의존해선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고유 신용평가 모델을 적용해 페퍼저축은행만의 대출 상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상품이 2015년 선보인 ‘999무지개대출’이다. 저신용자도 법정 최고금리(연 27.9%) 수준으로 돈을 빌릴 수 있고 연체 없이 성실하게 이자를 상환하면 금리를 낮춰주는 신용대출이다. 성실 이자납부, 소득 상승, 주택구입 여부 등을 기준으로 금리를 4~5%포인트씩 인하해준다. 조건만 충족하면 2년간 최대 18%포인트 내린 연 9.9%까지 대출금리가 떨어진다. 저신용자여도 성실하게 이자를 내거나 신용등급 개선 신호가 있으면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셈이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개인신용대출만 20개가량 취급하고 있다”며 “중금리 대출 상품 프라임론(연 10~18%)이 성공하면서 자산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예금 상품 차별화도 시도했다. 현재 이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예수금이 지난 3년 새 5배가량 늘어난 비결이다. 장 대표는 “저축은행의 본업인 서민금융 회사의 역할을 다할 때 성장 기회가 열린다”며 “예금을 유치해 조달 비용을 낮추는 게 중요한 만큼 업계 최고 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계속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추가 M&A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는 “당장은 아니지만 업종과 관계없이 좋은 금융회사가 시장에 나온다면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달 전 직원의 25% 수준인 70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장 대표는 “정규직 전환은 가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며 “직원 역량이 떨어지면 금융회사 실적은 바로 타격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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