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과속'…3년 내 일본 추월

입력 2017-06-23 18:37  

일본, 연 3% 정도 올리는데 한국은 연 16% 인상 추진

일본선 최저임금 매년 3% 인상도 '과속' 논란인데…

일본보다 가처분소득 적고 노동환경도 불리한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한국은 숙식비 제외



[ 도쿄=김동욱 / 최종석 기자 ]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2020년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에 비해 1만달러가량 높고,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 최저임금이 일본의 절반에 못 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전국 평균 823엔(약 8466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 약 3%(25엔)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결정 주무부처인 후생노동성은 오는 27일 학계와 노사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앙최저임금심의회를 열어 2017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한다. 7월 하순께 최저임금 기준금액을 확정한다.


일본은 경기 부진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정부 주도로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2023년 1000엔(약 1만230원)을 목표로 매년 3%씩 올린다는 게 일본 정부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647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2020년 1만원 선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해마다 약 16%씩 인상해야 목표치에 맞출 수 있다. 이렇게 되면 2020년 한국이 일본(926엔·약 9528원)의 최저임금을 앞서게 된다.

2006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3100원으로 당시 일본(673엔·약 6922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본 중소·영세기업들이 자국 최저임금 상승 속도를 ‘과속’이라고 우려하지만 한국은 이보다 더 빠르다.

일본에서 최저임금을 밑도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은 2000년대 후반 2%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9%로 치솟았다. 중소기업과 지방에서는 간신히 최저임금을 웃도는 수준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가 증가했다.

게이단렌 등 일본 경제계는 일본 정부의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명분에 부응해 최저임금 인상에 큰 이견을 내지 않았다.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취임 이후 일본의 전국 평균 최저임금(지역별 가중치 반영)은 70엔(약 716원) 넘게 올랐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이어지자 ‘과속’ 우려가 불거졌다. 최저임금 인상이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져 중소·영세기업의 경쟁력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본은 재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있다.

지역별로 최저임금에 차등을 둬 지역경제 수준과 물가에 맞는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경제 규모와 소득 수준이 낮은 한국보다 정교한 최저임금 책정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1인당 가처분소득은 일본(3만377달러)이 한국(2만1723달러)보다 많다.

일본은 일손 부족 상태가 지속돼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청년실업률이 11.2%에 달하는 한국은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영세기업의 고용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방침을 밝혔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인건비 추가 부담은 당장 내년에만 16조2000억원(중소기업중앙회)에 달할 전망이다.

일본에 비해 한국의 최저임금제도가 더 엄격하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포함하는 임금의 범위)에 일본은 숙식비를 포함시킨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최저임금 관련법을 위반했을 때 제재도 일본은 50만엔 이하 벌금형이지만, 한국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도쿄=김동욱 특파원/최종석 노동전문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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