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당초 합의는 사드 1기 연내 배치' 공개 배경은…

입력 2017-06-23 19:12   수정 2017-06-24 05:25

'미·중과 정상회담서 협상력 넓히기' 포석인 듯

청와대 "우발적 발언 아니다"
사드 배치 절차 준수도 재확인



[ 손성태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1기가 당초 한·미 합의와 달리 조기 실전 배치됐다는 사실을 전격 공개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당초 계획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사드 발사대 1기를 배치하고 나머지 5기는 내년 말까지 배치하도록 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사드 배치 관련 양국 합의 위반에는 미국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이어 “한국 대선 전인 4월 사드를 군사작전하듯 기습적으로 배치했고 나머지 발사대 4기를 이미 국내에 반입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국내법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 관련 국내 절차를 준수하겠다는 기존 태도를 재확인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주요 20개국(G20) 회의 기간 한·중 정상회담에서 협상의 공간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양국 간 합의와 달리 사드가 조기 배치됐다는 문제 제기는 CBS와의 인터뷰에서도 거론됐다”며 “우발적으로 처음 나온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 문 대통령이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는 일관되고 명확하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미 양국 정부의 합의를 존중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지만, 그에 앞서 환경영향평가 등 국내의 법적·민주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가 양국 합의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CBS, 워싱턴포스트, 외신 등 유력 언론과의 연쇄 인터뷰를 매개로 삼아 국내 사드 배치로 복잡하게 얽힌 미국과 중국 측에 일종의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은 중국에는 한국에 대한 사드 제재 철회 요구와 함께 북핵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날 기회를 얻는다면 모든 제재 조치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하겠다”며 “중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멈추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믿지만, 아직 체감할 수 있을 만한 결과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 위기 해결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여지가 있다”고 압박했다.

오는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빅딜설’이 나오고 있다. 대북 제재 차원에서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 한국 내 배치를 추진 중인 사드를 철수하는 안을 중국 측에 제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 외교가 관계자는 “외부 자문역이 이런 방안을 제기했고 백악관에서 이를 흥미롭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손성태 기자/워싱턴=박수진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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