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네트워크 깔았는데 비용 안내고 정보 싹쓸이
[ 임도원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공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바로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담합, 지배구조 등은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임기 3년 동안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중 하나”라고 2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 공기업을 확실하게 포함시키겠다”며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의 발언은 공정위가 2014년에 이어 공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공정위는 2014~2015년 자사 퇴직자가 많은 회사나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한 한국전력 도로공사 철도공사 가스공사 등에 과징금 수백억원을 부과했다.
공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대기업집단 지정과 같은 규제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덩치가 큰 대형 공기업집단은 중복 규제 등을 이유로 지난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일괄 제외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시장 선점 정보기술(IT)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민 세금으로 네트워크를 깔았는데 아무런 비용도 지급하지 않고 정보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 차원의 문제도 있지만 공정위 차원에서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 신중하게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에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어서 선점하면 그걸로 끝이고 후발주자가 들어갈 여지가 없다”며 경쟁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라고 하면 재벌개혁이나 갑을관계 척결을 떠올리는데 이건 과거의 문제”라며 “공정위의 새로운 역할은 미래의 새로운 산업을 지탱할 시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은 일단 사후감독으로서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제대로 도입되고 작동되는지 확인한 뒤 논의 가능한 이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 국회 구조에서 4당 중 한 곳만 반대해도 안 되니 어차피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해 추진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금처럼 사후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뜻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회사가 세 개 이상이거나 자산 규모가 20조원 이상이면 중간지주회사 설치를 강제하는 제도다. 김 위원장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도입되고 난 뒤 1∼2년 후에는 (중간금융지주회사도) 법으로 제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