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금융은 사람이다

입력 2017-06-25 18:26   수정 2017-06-26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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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 KEB하나은행장 hana001@hanafn.com >


2013년 독일 연방교육연구부가 ‘인더스트리 4.0’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2016년 다보스포럼의 키워드 역시 4차 산업혁명이었다. 국내외 언론의 지면을 장식하는 특집기사는 어김없이 이와 연관된 주제들이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3D(3차원)프린팅, 자율주행자동차,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대표 기술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과거에도 그랬을 테지만 오늘날 새로운 변화를 대하는 사람들 태도는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이 새로운 산업과 경제 발전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가 한편에 있다.

다른 한편에는 첨단 컴퓨터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10년 뒤, 아니 20년 뒤의 우리 경제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가늠하기 어려우나 변화의 물결 속에서 과거 굴뚝산업 대표기업이 변해가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변신 사례가 대표적이다. GE 회장은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자신들이 그동안 판매해온 항공기 엔진이나 각종 기계설비에 센서를 달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취합·분석해 실시간 유지 관리와 결함 예방에 활용하는 통합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산업설비뿐 아니라 유지·보수 및 예측진단 서비스까지 패키지로 판매하고, 여기에 필요한 금융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실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미국의 한 유명 경제지는 GE를 ‘124년 된 스타트업’이라고 불렀다.

금융업도 예외가 아니다. 핀테크(금융기술)든 모바일뱅킹이든 변화는 이미 우리 눈앞에서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은행도 살아남기 위해선 능동적으로 변해야 한다. 은행이 상품, 서비스에서 채널과 조직에 이르기까지 소위 ‘디지털 전환’을 모색하는 이유다.

어느 분야든 비즈니스란 결국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의 마음을 얻고 또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제공해줄 수 있는 차별화된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다.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기기,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로봇이 경쟁력의 원천일까? 첨단 기술이 훌륭한 도구이지만 그 자체로는, 또 누구나 구비하고 있다면 차별화된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없는 법이다. 오히려 소통과 공감 능력, 상대 마음을 헤아리고 베풀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지속될 훌륭한 경쟁력이라고 믿는다. 결국 금융은 사람이다.

함영주 < KEB하나은행장 hana001@hanaf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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