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자구안 요구에 노조 반발
[ 안대규 / 박재원 기자 ] 성동조선해양의 선박 수주 잔량이 회사 창사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또 지난달 1년6개월 만에 수주에 성공했지만 이달 말까지 수출입은행 등 금융권이 발급해주는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올가을부터 도크 가동이 전면 중단된다.
25일 성동조선에 따르면 2008년 70척에 육박하던 수주잔량은 현재 8척(약 2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으로 급감했다. 2001년 창사 이후 최소 규모다. 그나마 오는 10월 말이면 남은 8척에 대한 인도가 모두 끝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성동조선은 지난달 따낸 7척(약 3억달러)의 수주계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통상 수주 이후 1년이 지나야 실제 조선소의 일감으로 돌아오지만 기존 선주가 같은 선박을 재발주하면서 올 11월부터 조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감절벽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계약”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힘겹게 따낸 이 일감이 다음달 이후 허공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성동조선이 이번 계약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수은 등을 통해 RG를 발급받아야 한다. RG는 조선업체가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금융회사의 보증이다. 선주들은 계약 이후 60일 안에 RG 발급을 요구하고 있다. 성동조선은 7월17일이 마감 기한이다. 통상 RG 발급 절차는 2주 정도 걸린다. 이달 말까지 RG가 발급되지 않으면 계약이 무산된다는 얘기다.
수은 등 채권단은 RG 발급을 위해 회사 측에 자구노력이 포함된 확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계획 수립 및 실행과 납기 준수 등을 약속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력감축 가능성을 우려한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 걸림돌이다. 그동안 회사 구조조정에 최대한 협조해온 만큼 추가적인 고통 분담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동조선은 2010년 이후 약 1000명을 감원해 1500여 명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측과 노조, 금융권의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열린 세계 최대 조선해양박람회 ‘노르시핑’에 참석한 해외 선주들은 성동조선은 물론 한국 조선업체를 매우 불안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성동조선의 이번 계약이 무산되면 한국 조선업계의 대외신인도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대규/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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