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과장급 이상 64개 보직 30개는 검사 출신이 맡아
제식구 감싸는 부작용 초래
법무행정 경쟁력 높이려면 비검찰 외부인사 수혈 시급
[ 김주완 기자 ]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법무부의 ‘탈(脫)검찰화’가 꼽힌다. 국민에게 수준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법치국가를 지향해야 할 법무부를 검사들이 장악하고 있어서다. 법무부는 ‘검찰 2중대’라는 혹평이 나올 정도다. 법무부 요직을 검사들이 꿰차면서 국민의 이익을 배신하고 검사들의 이익에 휘둘렸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배경이다. 검찰개혁은 ‘법무부 제자리 찾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文 “검사 중심에서 벗어나야”
정부조직법상 법무부는 검찰, 행형(형 집행), 인권옹호, 출입국관리 등을 맡고 있다. 또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를 보면 법무부의 직무 중 검찰 관련 업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 법무부 조직 체계에서 검찰국 등 일부만 검찰 업무와 직결돼 있다.
하지만 법무부의 과장급 이상 64개 자리 중 30개를 검사가 차지하고 있다. 장·차관을 제외한 국·실본부장급 이상의 수뇌부 8개 직책 중 교정본부장을 제외한 7개는 검사가 맡고 있다. 법무부 직제 규정을 보면 검사만 맡을 수 있는 직책은 22개, 검사도 맡을 수 있는 직책은 11개다. 일부에서 법무부가 ‘검찰의 2중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최근 “법무부는 인권옹호와 행형 등을 검찰이 주도하면서 제 역할을 못한 면이 있다”며 “탈검찰화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정부 관계자는 “검경 수사관 조정 등 다른 검찰개혁 방안은 조정이 필요하지만 법무부에서 검사를 줄이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며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만 고치면 되기 때문에 정치권과 합의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대국민 법률서비스 미흡
검사가 요직을 독점한 탓에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최근 ‘돈봉투 만찬사건’에서도 잘 드러났다. 검찰 업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검사와 거리를 둬야 하는 검찰국장이 검찰 선후배들과 부적절한 자리를 갖다가 면직 처분을 받았다.
검찰과 이해관계가 맞물린 정책이 법무부에서 막히는 경우도 생긴다. 예를 들어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공수처) 신설 논의가 끊이지 않았지만 법무부는 소극적이었다. 형사법을 다루는 검사가 전문 영역이 아닌 분야를 맡아 법무 행정의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국가송무, 범죄 피해자의 인권 보호, 출입국 업무, 국내 체류 외국인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피의자를 수사하고 기소하던 검사가 법무부에서는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담당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인데 1~2년 정도만 순환근무하고 검찰로 돌아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비리 및 권한 남용에 대한 대처도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법무부의 감찰관과 검찰국장은 대부분 검찰 출신이었다. 최근에 터진 검찰 간부들의 ‘돈봉투 만찬사건’ 감찰에서 일부는 경고에 그친 것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부 제자리 찾기’가 檢 개혁의 출발
검사가 맡아야 정책 추진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직책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외에서도 검사들이 법무부에 다수 근무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 법무부에서는 500여 명의 변호사가 법무 행정을 맡고 있다.
법무부 자체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검사가 아닌 행정관료가 오히려 법무부 업무를 중립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검사가 아니라 외부 법률전문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검찰 인사와 예산, 검찰 업무를 담당하는 검찰국 등을 포함해 상당수 직책을 변호사 자격이 있는 비(非)검찰 외부 인사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탈검사화는 검사 조직 내에서도 적지 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외부 인사를 찾기 어려워 검사가 떠맡은 측면도 있다”며 “검사 입장에서는 법무부보다 현장에서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검찰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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