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업 생산, 자꾸만 해외로…울고 있는 경북

입력 2017-06-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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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해외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국내 지역 경제의 타격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ICT 기업의 해외 생산 비중은 일본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두 배를 웃돌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지역 경제를 위해 ICT 부문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26일 내놓은 지역 경제 보고서를 보면 이같은 내용이 여실히 나타나 있습니다. 한은은 지역 경제 동향 분석과 평가를 위해 매 분기 관련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음향, 통신장비 등이 대표적인 ICT 업종에 해당합니다. ICT 기업은 국내 총수출의 27.9%(2016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체 제조업 생산의 23.7%(2015년)를 차지하고 있는 기간산업이기도 합니다. 주요 생산지는 경기(50.7%), 경북(20.8%), 충남(15.9%), 충북(6.1%)입니다. 이들 지역이 국내 ICT 제조업 생산의 93.6%를 맡고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ICT 기업들은 세계 시장 개척과 제조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을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진출국별로 목적은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 중국은 아무래도 현지 시장 진출 목적이 큽니다. 베트남은 저임금 활용 목적이 크고요. 베트남의 제조업 생산직 임금 수준은 국내의 8분의 1 수준(2015년 기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국내의 4분의 1 수준인 중국보다도 낮죠.

2010년 이후엔 핵심 부품의 해외 생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2015년 기준 국내 ICT 기업의 해외 생산 비중은 79.3%에 달했습니다. 주요 경쟁국인 일본(30.7%, 2014년 기준)에 비해 매우 높은 편입니다.

한은은 “ICT 제품 시장의 공급 구조를 보면 수입이 국산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며 “해외 생산 거점의 제조 비용이 국내에 비해 크게 낮고 핵심 부품의 현지 조달 여건이 개선돼 국내 지방 ICT 제조 기반의 경쟁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 ICT 기업의 해외 생산이 점차 늘면서 지방 ICT 제조 기반은 자본집약 업종과 고가의 특정 제품 생산으로 단순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동 집약 업종과 제품 생산은 해외로 이전하거나 기술 대체가 일어나서죠.

국내 ICT 산업의 구조 변화와 기술 대체에 따른 영향을 지역별로 보면 경북 지역이 경기나 충남에 비해 크다는 게 한은의 분석입니다. 경북 지역이 TV, 컴퓨터, 휴대폰 등 완제품 조립 공정과 중소형 액정표시장치(LCD)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탓이죠. 예컨대 경북 지역에 있는 한 대기업의 컴퓨터(프린터) 사업장은 2012년 중국으로 이전했습니다. 그 결과 관련 산업의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가 큰 폭 감소했고요.

상대적으로 고임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ICT 대기업의 생산 기능 위축과 산업 구조의 단순화는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강기우 한은 지역경제팀 과장은 “주요 기업의 해외 생산 확대가 지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베트남 등지에 핵심 부품과 완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복합생산거점이 구축된 이후 국내 생산과 수출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우선 국내외 수요기반 확충을 통해 지방 ICT 제조업의 생산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부품 공급망의 유연성을 높여 국내 부품 공급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또 지방 ICT 제조기업의 기술고도화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는 설명이네요.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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