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의 괴발개발] 가이드 찾아주는 '마이리얼트립'…자유여행객 배낭을 뺏다

입력 2017-06-27 12:18  

가이드 중개로 시작해 항공·숙박 예약까지 확장
30대 손녀, 80대 할머니가 함께 쓰는 여행 앱
자유여행객 위한 종합 여행 플랫폼 목표




대만의 '황금 도시' 진과스(金瓜石)는 옛 탄광촌의 모습을 간직한 인기 여행지다. 2015년 12월 진과스 황금박물관으로 향하는 돌계단에서 한국인 관광팀 세 팀이 만났다. 타지에서 들린 반가운 한국말에 여행객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인사를 나눴다.

우연히 마주친 이들 모두 여행 앱(응용프로그램)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꾸려진 팀이었다. 겨울 휴가로 대만을 찾은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32)도 무리 속에 있었다.

"해외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앱을 써봅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만든 서비스가 해외에서 잘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대만에서 이용자들을 만났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표정 관리 하느라 힘들었죠. 부담드릴까봐 얘기를 안한 것 뿐이지, 암행어사처럼 일부러 정체를 숨긴 건 아니에요.(웃음)"

2012년 대학 졸업을 앞둔 이 대표는 창업의 꿈을 키우면서 여행 시장에 주목했다. 여행 마니아였다기보다 시장의 성장성을 봤다는 게 그의 진솔한 얘기다. 여행은 남들처럼 1년에 한두번 시간을 내 다녀오는 정도였다.

항공권이나 숙박 예약은 이미 큰 회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격 경쟁도 심해 후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게는 불리해 보였다. 가격 외 요소로 승부할 수 있는 여행 관련 시장을 고민했다. 항공, 숙박을 해결하면 그 다음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할지 정해야겠죠. 생각보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항공권이나 호텔은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예약하잖아요. 하지만 '가이드 투어' 같은 현지 여행 상품은 비교나 예약이 어려웠어요."

고민 끝에 첫 사업 모델은 현지 가이드 중개로 정했다. 패키지 여행은 싫지만 하루나 반나절 시간을 내 전문적인 여행 경험을 즐기려는 자유 여행객이 대상이었다. 저비용항공사(LCC)의 확산 등으로 자유여행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가이드 수요가 많은 유럽에서부터 시작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의 한인 커뮤니티와 카페 등에 글을 올려 가이드를 모집했다. 나중에는 여행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빠르게 나라와 도시를 넓혀갈 수 있었다. 현재 마이리얼트립은 전세계 64개국, 400여개 도시에서 가이드 투어를 제공한다.

여행사 소속이 아닌 개인 가이드는 깐깐한 화상 면접을 거쳤다. 수요는 많았지만 기준을 충족하는 가이드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최근에도 가이드 지원자의 합격률은 30%가 채 안 된다.

"현재 개인 가이드와 제휴 업체를 합친 파트너 수는 1200개 정도입니다. 5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요. 하지만 가이드를 무조건 늘리는 게 답은 아니라고 봤어요. 투어 서비스 품질이 가이드에 좌우되기 때문에 평가 잣대가 엄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15년 1월 합류한 박민정 디자인 팀장(33)에게도 마이리얼트립은 각별하다. 박 팀장은 마이리얼트립의 사업 모델에 공감하며 이 대표에게 먼저 입사 지원 메일을 보냈다.

"저희 같은 평범한 직장인에게 여행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잖아요. 누군가에게 여행은 1년을 버티게 하는 힘이기도 하고요. 가이드 투어는 돈도 돈이지만, 그만큼의 여행 시간을 기꺼이 투자하는 것이라고 봐요.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더 좋은 여행 경험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해외 생활이 길었던 박 팀장은 현지 가이드의 입장에서도 꼼꼼히 서비스를 살핀다. 현지 교민들에게 가이드는 생계 수단이면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시간임을 알기 때문이다. 뛰어난 가이드를 더 많이 모셔와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가이드의 근무 환경 개선은 중요하다.

"여행 업계의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이 여행 코스에 쇼핑몰 투어를 넣어 가이드가 커미션을 받게 하는 방식이에요. 가이드가 정당하게 보장 받는 수입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죠. 여행자 입장에서도 불쾌한 경험이고요. 마이리얼트립은 정책에 따라 가이드 수익의 20%만 수수료로 받고 있습니다. 가이드는 나머지 80%를 수입으로 갖게 돼 별도의 커미션 없이도 적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됩니다."(이 대표)

최근에는 가이드를 위한 전용 파트너 앱도 출시했다. 이동이 많은 가이드가 외부에서도 신속하게 스케줄을 조정하고 여행자와 소통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에 가이드들도 반응하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은 가이드 활성도를 평가하는 자체 지표로 예약확정율이라는 개념을 쓰고 있다. 현재 마이리얼트립의 예약 확정율은 80%에 달한다. 여행자가 10개의 투어를 예약하면 8개가 성사되는 셈이다.

경력 15년차의 베테랑 개발자인 강성범 개발팀장(41)은 다음과 쿠팡을 거쳐 지난해 마이리얼트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최근 입장권 판매 시스템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입장권 및 교통패스 판매는 진입장벽이 낮아 마이리얼트립을 포함한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강 팀장은 이들 업체의 시스템을 마이리얼트립과 손쉽게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입장권 판매는 잘 만든 플랫폼 하나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입니다. 가이드 투어의 경우 서비스 품질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계속 생겨요. 반면 입장권 판매의 경우 외부 업체와의 연동만으로 추가 비용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에요. 현재 마이리얼트립은 8개 여행사와의 연동을 마쳐 국내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요."

최근 여행 산업이 활황을 이어가면서 가이드 투어 시장도 덩달아 성장하는 추세다. 마이리얼트립의 가이드 투어 매출은 지난 1년 사이 5배 넘게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목표 거래액은 지난해 보다 3배 이상 증가한 450억~500억원으로 잡았다.

특이한 것은 최근 20대 이용자 비중이 기존 타깃 세대였던 30~40대를 앞질렀다는 점이다. 현재 마이리얼트립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20대다.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현지 경험에 아끼지 않는 여행 트렌드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늘어난 것 같아요. 항공과 숙박은 최저가로 예약하면서 현지에서 먹고 즐기는 데 돈을 더 쓰자는 것이죠. '20대=배낭여행'이라는 과거 공식이 깨진 셈이죠."(이 대표)

"연세가 있는 분들도 어렵지 않게 쓰세요. 저희 할머니가 80대이신데 얼마 전에 친구 분들이랑 자유여행으로 일본 오키나와를 다녀오셨어요. 마이리얼트립 사용법을 알려드렸더니 가이드 투어를 하고 오셨더라고요. 감동이라고 하시던데요.(웃음)"(박 팀장)

마이리얼트립의 목표는 자유 여행자들을 위한 종합 여행 플랫폼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숙박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고 올 들어서는 항공권 특가 상품을 소개하는 '핫딜' 서비스도 선보였다.

기존 가이드투어와 티켓 패스까지 합하면 제공 중인 여행 상품수가 1만400여개에 달한다. 항공과 숙박의 가격 경쟁력은 다른 플랫폼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되 지금처럼 현지 여행 상품에 차별화를 두자는 전략이다.

"3년 전에는 '마리트(마이리얼트립)' 안다는 사람만 봐도 반가웠는데, 이제는 '마트립 써보니 좋더라'라는 말도 자주 들어요. 욕심을 조금 더 부려보려고요.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앱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마이리얼트립으로 만나는 가이드와 여행자가 있다고 생각하면 신기하긴 해요." (이 대표)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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