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소설 심취했던 '인천 초등생 살인범' 김양과 박양의 또다른 공통점 '왕따'

입력 2017-06-27 13:00   수정 2017-06-29 10:33




-어떻게 된거에요
=재판해야지. 무죄는 무리고 정상참작 가능성

-미안한 얘기지만 내가 얽힐 일 없나요
=없도록 할게. 장담 못하지만 깊이 엮이진 않게 할게

-부탁해요. 지금까지 몇번을 토했는지 모르겠어
=정말 미안해

-죽을거 같아 정말로
=일단 내 정신문제라고 서술하고 있어

-음. 지금은 어디에요
=경찰서

-핸드폰 조사 안하던가요
=응

-속쓰려. 발작이 와서 실려갈 뻔 했어요.
=정말 미안해. 신경쓰지마. 경찰에서 연락가겠지만 전과 붙는 일은 없을거야

-미안해. 이기적이라서
=상관없어

-기다릴게. 나 당신 많이 좋아해. 믿어줄래요?
=믿어줄게.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인천 8세 초등학생 살인 및 살해 방조 혐의로 검거된 17세 김양과 19세 박양이 나눈 마지막 메시지다.

김양이 박양의 재판에서 "범행을 지시한 건 박양이다. 수차례나 살인을 하라고 지시하고 신체 일부를 달라고 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검찰은 박양에 살인교사 혐의 적용을 고려중이다.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가 아닌 트위터 다이렉트 메시지로 많은 대화를 나눈 탓에 두 사람의 대화복원은 미국 본사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로 인해 아직까지 두사람의 범죄모의와 살인교사 혐의는 정확히 확인이 안된 상태다.

범행 당일 김양은 오후 1시경 초등생을 집으로 데려온후 박양에게 카카오톡을 보내 "잡아왔어. 상황이 좋았어"라고 보내고 이에 박양은 "살아있어? CCTV는 확인했어?"라며 여느 공범들과 다름없는 대화를 나눴다.

당초 경찰과 검찰 진술에서 박양을 보호하던 김양은 지난 23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양을 더이상 보호하지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사건을 또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데 일조했다.

김양은 이어 "나는 박양의 발언을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 이전부터 수차례 거짓말 했지만 알면서도 묵인했다"고 심경 변화를 드러냈다.

재판 현장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김양의 심경변화에는 그가 박양진술서를 확인한 것도 상당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재판장에서는 김양이 박양의 검찰 진술서를 읽었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담당 검사는 "수사과정 중 검사가 잠시 물을 마시러 간 사이에 김양이 읽고 있어서 '왜 그걸 읽느냐'며 빼앗았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종일관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던 김양은 "책상에 박양의 진술서가 있어서 읽었다. 읽는데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어서 읽어도 되는 줄 알았다. 읽다보니 박양의 진술서길래 스스로 덮었다"고 증언했다.

평소 판타지와 잔혹한 캐릭터 놀이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처럼 잔혹한 살인사건의 주인공으로 타락한 건 과연 어떤 이유에서일까.

법적 미성년자로 법의 보호를 받는 이들은 살인과 살인교사 혐의로 최고형을 받는다해도 20년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없다.

이 사건을 접하는 시민들은 살인을 하고 사체를 유기한 김양과 그가 건넨 신체 일부분과 장기를 들고 태연히 시내를 활보하며 닭강정을 먹고 술을 마시고 컵라면을 먹는 등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그들의 정신상태에 집중하고 있다.

서로가 사건에 관여돼 있어서 서로를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엄청난 애착이 있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박양의 보호를 포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평소 박양이 지속적으로 제가 살인을 할 수 있다고 부추기고 신체일부를 달라고 부탁했다. 사건 후 부모님이 (박양을 보호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당한 죄값 받는것이 피해자를 위한 일이라고 말씀해주셔서 수사에 혼란 준 사실을 인정하고 진술을 번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사람 죽일 생각 없었다. 형이 무거워 지더라도 더는 진술 번복을 안 할것이다"라고 차분히 답변을 이어갔다.

온라인 캐릭터 커뮤니티에 몰입하게 된 김양과 박양은 학창시절 호러물을 좋아한 것 외의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왕따와 따돌림'의 주인공이었다는 것.

김양은 박양의 존재에 대해 "저는 까불까불하고 들뜨는데 박양은 저같은 스타일을 받아주는 편이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저는 어릴때부터 따돌림과 왕따를 당했다. 친구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 박양이 친구라는 이유로 감쌌다"고 증언했다.

박양 또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양과 고등학교 재학시절 같은 반이었던 한 학생의 어머니는 제보를 통해 "딸에게 박양이 고등학교 내내 혼자 밥을 먹었고 언제나 혼자 지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인육 등을 다룬 잔혹한 호러물에 심취해 있었던 것도 따돌림 뿐인 현실과는 달리 판타지 세상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돕고 지지해주며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반응을 보여주는 데서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서로의 나이나 직업등을 몰라도 같은 커뮤니티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공통 주제로 몇시간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범행 이전에도 수차례 통화를 하며 소통했던 이들은 얼마나 통화를 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짧게는 한시간에서 길게는 여섯시간까지 한번에 통화했다"고 진술함으로써 정신적 교감의 깊이가 상당했음을 시사했다.

김양은 "활동했던 캐릭터 커뮤니티 이름이 무엇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제가 그 커뮤니티를 했던 것은 사건의 계기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이름을 밝혀야 할 필요는 없다"며 끝까지 자신이 몸담았던 커뮤니티를 감쌌다.

김양은 '미성년자 살인'을 검색해 볼 정도로 이미 자신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감형된다는 사실까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심신미약으로 범행을 저지른 10대라 하기에는 너무나 과감하면서도 치밀하다.

미성년자라고 보호받아야 하는 17세 소녀가 불과 2시간만에 시신 처리와 유기까지 완벽히 끝내는 과정이 너무 성인 뺨치게 잔악하고 치밀한 탓에 사회 구성원들은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잔혹한 스릴러영화 '악마를 보았다'보다 더욱 잔혹해 떠올리기조차 몸서리 처지는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이들 10대들.

어른들은 요즘의 10대를 모른다. 그 10대가 바로 자신의 자녀일때는 더욱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그들은 고민이나 문제가 있을때 부모나 선생님과 의논하지 않는다.

김양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와 "우리 딸은 그런 일을 저지를 아이가 절대 아니다. 뭔가에 조종당한 것이다.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엉뚱하게도 억울함을 토로한 것도 같은 이유다.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키운거냐'라는 분노로 넘어가기에는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댓가가 너무 크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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