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직원 위해 손님 쫓아낸 스노우폭스의 교훈

입력 2017-06-27 15:32  


2015년 11월, 우리 사회 화두는 '갑질 논란'이었다. 연초 일어났던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기 전에 조교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던 '인분교수 사건', 주차요원의 뺨을 때리고 무릎을 꿇렸던 '백화점 모녀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갑'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활활 타올랐다.

그러던 중 온라인에서는 한 게시글이 화제가 됐다.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도시락 업체인 '스노우폭스'의 김승호 대표가 매장에 붙여 놓은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 문구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놓은 게시물이었다.

한국인 중 가장 성공한 해외 외식 기업가로 꼽히는 김승호 스노우폭스 대표는 미국에 스노우폭스라는 그랩&고(미리 용기에 담아 놓은 메뉴를 계산 후 매장에서 먹거나 들고 나가는 형태) 개념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곳의 주 메뉴는 김밥과 초밥. 2005년 시작해 현재 미국, 유럽, 중남미 등 전 세계 1300여개 지점을 둔 세계 최대의 도시락 회사로 성장했다.

이 글의 파장은 적지 않았다. 기업 오너가 연관된 '땅콩회항' 사건이나 이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라고 평가 받는 교수로부터 '피해자' 혹은 '을'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던 대다수가 '가해자' 혹은 '갑'의 위치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 글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글을 읽었던 꽤 많은 사람들이 "기득권 세력의 갑질에 화를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음식점에서 서빙하는 직원들을 하대했던 내 태도를 반성하게 하는 글"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서비스 매장에서는 고객이 왕인데 무슨 소리냐, 다시는 스노우폭스에 가지 않겠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2017년 6월, 사회가 다시 '갑질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가맹점을 탈퇴한 점주에게 '보복 영업'을 하고, 친인척 회사를 이용해 '치즈 통행세'를 거두는 등 이른바 '갑질 경영'을 해온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이 전날 모든 논란의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조사도 성실히 받겠다고 한다.

미스터피자의 사훈(社訓)은 '신발을 정리하자'다. 다소 뜬금 없는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신발을 정리할 때면 자연스럽게 허리가 숙여지는 것처럼 소비자를 대할 때 낮은 자세로 임하자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정 회장이 직접 지은 것이다.

정 회장은 1974년 장인의 가게였던 동대문의 천일상사에서 경영을 시작해 10여년 만에 동대문시장 최고의 장사꾼이 됐다. 이후 1990년 미스터피자를 일본에서 들여오며 당시 피자업계 1위였던 피자헛을 제치고 국내 최고 피자집으로 키워냈다.

정 회장은 미스터피자가 1등에 올라선 비결로 "'신발을 정리하자' 정신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맹점을 가족점이라고 부릅니다. 가맹점주들이 날 먹여살린 장본인이고 또 그들 역시 내가 만든 피자가게로 돈을 벌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도우니 가족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라고 했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선 고객 만큼 중요한 게 직원(파트너)들이다. 특히 가맹점 개수와 서비스가 브랜드 성패를 좌우하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에선 더욱 그렇다.

스노우폭스 김 대표나 미스터피자 정 회장이나 직원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 한 명은 알고 있는 바를 실천해 글로벌 도시락 업체로 키웠고 한 명은 그렇지 못하고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처지가 됐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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