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능력되면 빨리 이직해 달라"는 중소기업 사장의 호소와 눈물

입력 2017-06-27 17:36   수정 2017-06-28 01:04

‘2020년 최저임금 시급(時給) 1만원’ 인상을 앞두고 선(先)구조조정에 나서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는 보도(한경 6월27일자 A5면)다. 경기 침체로 일감이 줄고 있지만 인건비는 가파르게 올라 버티기 어렵다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하소연이다. 직원들에게 “이직할 능력이 되면 하루라도 빨리 옮겨 달라”는 호소도 등장했다고 한다.

6470원인 올해 시급을 1만원에 맞추려면 3년간 매년 15.7%씩 올려야 하니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의 최저임금 인상폭이 연 2~3%, 높아도 5%를 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3년간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약 176조원이다. 저(低)임금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은 영세 제조업체엔 치명타다. 외국인 근로자 시급을 최저임금으로 주더라도 잔업 수당과 숙식비 등을 포함하면 월 250만~300만원에서 월 350만~400만원으로 늘어난다. 영세 기업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중견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단축(주 68시간→52시간)까지 시행되면 인건비가 최대 수백억원씩 증가한다는 게 중견기업연합회 분석이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동화를 통해 고용을 줄이거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아니면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등 노조 측은 어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서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당장 내년부터 ‘시급 1만원 시행’을 압박했다. 정부도 친(親)노조 성향이어서 기업들은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소상공인은 다 죽을 판인데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반대하면 ‘탐욕스런 자본가’로 몰리는 사회 분위기가 개탄스럽다”고 할 정도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인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취약 계층의 임금을 올리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인상 폭과 속도다.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더니 기업이 힘들어지고 근로자도 해고 위험에 내몰리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우려된다. 기업도 살리고 근로자도 살릴 대책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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