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친노' 형법 전문가
법무부의 '탈검찰화' 개편…경찰 수사권 독립 등 주장
온화한 원칙주의자
유연하되 단호한 개혁 기대
인사 등 청와대 입김 강화 우려도
[ 고윤상 기자 ]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5)가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도덕성 문제 등으로 낙마한 안경환 전 후보자의 뒤를 이은 두 번째 인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다시 교수 출신 법학자를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며 ‘비검찰 출신’을 통한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검찰 독립 강조 ‘친노’ 학자
박 후보자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대에서 형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부터 연세대에서 근무 중이다. 2003~2006년에는 연세대 법과대학장을 지냈다. 형법 분야 전문가로 명성이 높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 형사판례연구회 회장 등을 지냈다.
1998~2003년 대검찰청 검찰제도개혁위원, 2007~2011년 법무부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검찰 개혁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다. 2003년 연세법학회 동계 세미나에서는 “법무부는 검사가 거의 독점하고 있어 검찰과 법무부가 동일 조직화한 것”이라면서 “법무실과 검찰국 등 조직을 개편하고 인사의 검사 독점을 없애 다른 전문가를 임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에도 “견제와 균형이라는 권력 분산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때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사법개혁위원회 활동에도 참여했다. 2012년부터는 경실련 중앙위원회 의장과 공동대표를 지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다. 박 후보자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연세대 제자 노건호 씨 결혼식 당시 연세대 법대 교수 중 유일하게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입김 막고 개혁 이뤄낼까
법조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박 후보자가 온화한 성격에 원칙주의자인 만큼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이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박 후보자는 지난해 1월 서울신문에 실린 시론 ‘검찰의 정의를 다시 생각한다’에서 검찰 불신의 원인으로 “검찰 인사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을 지적한 바 있다. 정치권과 검찰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검찰 조직은 인사상 배려를 기대한다는 분석이다. 박 후보자의 연세대 제자인 한 변호사는 “검찰 독립성을 외쳐온 분인 만큼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자에 비해 온건파인 박 후보자 지명으로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입김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검찰 내부 관계자는 “지명 전부터 청와대가 ‘말이 잘 통하는’ 법무부 장관을 세울 것이란 분위기였다”며 “검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인사 개입부터 하면서 검찰 독립성 보장은 뒷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적선동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명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개혁 과제인 검찰 개혁을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박상기 후보자는
△1952년 전남 무안 출생
△배재고
△연세대 법학과
△독일 괴팅겐대 박사(형법학)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
△(현)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경제정의실천연합 공동대표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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