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의 파격 "본점에 지정 좌석·개인PC 없애라"

입력 2017-06-27 19:53   수정 2017-06-28 05:32

KEB하나은행 내달 신사옥 입주

부서장실 없는 공용공간서 공동 PC 이용해 근무
"수직적 조직문화 없애 스타트업처럼 성과 낼 것"



[ 윤희은 기자 ]
KEB하나은행이 다음달 입주하는 서울 을지로 신축 본점 내 사무실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형 사무공간으로 확 바꾼다. 직원 개인의 지정 좌석과 개인용컴퓨터(PC)를 없앴다. 부서장실도 따로 두지 않기로 했다. 수평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해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함영주 행장(사진)의 ‘사무실 혁신’ 실험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다음달 21일부터 서울 을지로 신축 본점 입주를 시작한다. 26층짜리 신축 본점에는 옛 외환은행 본점과 서울 종각 그랑서울에 근무하는 은행 임직원들이 옮겨갈 예정이다.

신축 본점의 가장 큰 특징은 내부를 ‘스타트업 사무공간’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우선 지정 좌석과 PC를 모두 없앤다. 부서장부터 말단사원까지 정해진 좌석 없이 매일 출근한 순서대로 다른 좌석에 앉아야 한다. 한 번 이용한 좌석은 이후 3일간 다시 앉을 수 없다. 만약 3일 안에 같은 좌석에 앉으면 좌석에 비치된 전용 전화와 개인 직원정보가 호환되지 않는다.

업무는 각 좌석에 설치된 공용 PC를 이용해야 한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문서·정보를 저장한 뒤 다음날 업무를 볼 때는 클라우드 시스템에 접속해서 사용하면 된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해외나 지방에서도 자유롭게 업무를 볼 수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작업 중인 업무를 하루 단위로 저장하는 체계여서 외부에서도 업무를 지속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서장실도 없앤다. 65명의 부서장도 일반 사원과 똑같은 사무공간에서 지정 좌석·PC 없이 근무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서장실 한 곳당 19㎡(약 6평)가량의 사무실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KEB하나은행의 설명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부서장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일반 사원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도록 해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30여 개의 임원실 규모도 줄인다. 기존 임원실 면적은 26㎡(약 8평) 정도인데 신축 본점에서는 16㎡(약 5평)가량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또 신축 본점 7층에는 ‘스마트워크센터’를 둘 계획이다. 스마트워크센터는 교통혼잡에 시달리는 직장인이 원래 사무실이 아닌 곳으로 출근해 각종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활용해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KEB하나은행은 신축 본점 7층의 스마트워크센터를 본점이 아닌 지역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우선 신축 본점의 일부를 스마트워크센터로 운영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따져본 뒤 전국 27개 지역본부로 스마트워크센터를 확대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무공간 배치는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함 행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함 행장은 “보다 효율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사무공간부터 수평적 구조로 바꿔야 한다”며 “새로운 ‘스타트업형 오피스’를 통해 다양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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