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상단 '구글 쇼핑' 노출 문제 삼아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 의지 확고
"구글은 EU의 반(反)독점법을 적어도 한 가지 이상 위반하고 있다."
2015년 4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사진)이 구글에 대한 불공정행위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했던 말이다. 사실상 구글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난 27일 EU는 구글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역대 최대 과징금인 24억2000만유로(약 3조700억원)를 부과했다.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10억유로(약 1조2700억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EU의 반독점법에 따르면 규제 당국은 불공정거래 기업에 대해 최대 연간 매출의 10%까지 부과할 수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연간 매출은 902억7000만달러(약 102조원)이었다. 매출의 4%에 가까운 과징금이 부과된 셈이다.
국내외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구글과 EU 간 전쟁의 서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U 규제당국이 구글과 미국 IT 기업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EU가 문제 삼은 부분은 구글의 쇼핑 검색이다. 구글은 검색 결과 페이지에 자체 쇼핑 서비스인 '구글 쇼핑'의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2010년 중소 인터넷 기업들이 구글을 EU에 제소했다. 구글이 막강한 시장 지위를 남용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EU는 7년 동안 구글의 불공정행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해왔다. 특히 2014년 베스타게르 위원이 취임한 이후 EU의 관련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베스타게르 위원은 자리를 잡자마자 구글의 반독점 건에 칼날을 겨누었다. 그는 2015년 조사 결과 발표 당시 "구글의 서비스만 항상 맨 위에 나타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강력하게 반기를 들었다. 쇼핑은 구글의 주력 사업 부분이 아니며,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도 독점적인 위치에 있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유럽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10%대에 그친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온라인 쇼핑 이용자가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지배적인 위치로 인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주장이다.
구글 측은 "EU의 과징금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재 온라인 쇼핑 시장은 구글이 아닌 아마존과 같은 유통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EU 법원에 제소도 검토 중이다.
EU와 구글의 또다른 전쟁도 예고돼 있다. 이미 EU는 구글의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광고, 지도 서비스 등과 관련된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베스타게르 위원은 그의 임기 내에 구글의 서비스 방식을 바꾸는 성취를 이루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는 이번 EU의 조치를 정치적 이슈로 해석하는 시각도 많다. EU가 대규모 벌칙금을 매긴 데는 자국 시장을 장악한 미국 IT 기업에 대한 반감과 견제가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에서는 구글뿐 아니라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의 지배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유럽 토종 IT 기업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EU는 온라인 유통기업인 아마존을 비롯해 애플, 페이스북, 스타벅스 등 미국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애플에 법인세 미납을 이유로 130억유로(약 16조6000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이번에 EU가 문제 삼은 쇼핑 서비스가 실제 불공정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한 국내 IT 업계 관계자는 "EU 측 주장을 파고들면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번 과징금 부과는 자국 산업 보호에 대한 EU의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이슈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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