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본인은 안 받아"
법인카드 부당사용 의혹도
[ 김주완 기자 ]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시절 직원들에게 10억원에 가까운 급여를 부당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법인카드를 정해진 용도에서 벗어나 사용해 상급기관의 지적도 받았다. 정부 부처 수장을 맡기에 부절적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경제신문이 감사원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박 후보자가 형사정책연구원장을 지낸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형사정책연구원은 9억9800만원의 ‘결원인건비’를 직원들에게 분배했다가 적발됐다. 예산에 잡힌 인건비 중 남은 돈(결원인건비)을 직원들이 나눠 가진 것이다.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 등에 따르면 인건비 집행 잔액은 다음해 예산으로 이월해야 한다. 당시 직원 수가 평균 46명이었음을 고려하면 1인당 2169만원을 부당 지급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급여를 몰래 챙긴 형사정책연구원 직원들의 연간 연봉 인상률은 24.5%까지 치솟기도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감사 문서를 보면 전 직원이 성과급을 부당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박 후보자는 원장으로 급여 체계가 달라 받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형사정책연구원은 정부 출연금과 정부 부처나 민간 과제 수탁 등 자체 수입으로 재원을 충당한다. 박 후보자가 연구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세금이 줄줄 샜다는 얘기다. 당시 감사원은 박 후보자에게 주의 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다. 감사 분야 전문 변호사는 “감사원이 국책연구기관의 관례적인 행태로 보고 기관장의 의도성이 작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하지만 규정을 어기고 인건비를 챙겼기 때문에 횡령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또 형사정책연구원장 재직 시절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쓰다 적발됐다. 국무조정실의 ‘2013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종합감사 결과’ 등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당시 주말과 공휴일에 법인카드로 29차례에 걸쳐 300여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 또 정부의 예산지침을 어기고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업계 인사에게 축·조의금 명목으로 30만원을 쓴 사실도 지적받았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의 이념 편향성도 논란이다. 그는 언론 기고문, 논문 등을 통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비판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했다. 동덕여대 이사장 재직 시절에는 이사회 의결안을 무시하는 등 월권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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